두차례 금리 인상···취약차주 연간 이자부담 320만원→373만원 증가
시중은행 평균 가산금리 3.86%···취약차주 가산금리 상승폭 더 높아
내년초 기준금리 추가 인상 유력시···금융지원 종료까지 ‘첩첩산중’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로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확정되면서 은행권의 가산금리가 4%에 육박했다. 내년에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 금융지원도 내년 3월 종료를 앞두면서 취약차주들의 채무 부담 가중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8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11월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차주들이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 규모는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평균 연간 이자부담은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11.1%(30만원) 증가한다.
특히 취약차주들의 채무 부담 증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하위 30%·저신용 등급인 취약차주의 경우 연간 이자는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16.3%(53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평균(30만원)보다 76.7% 많은 증가폭이다.
취약차주들이 대출 금리 인상에 더 타격이 큰 이유는 이들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6%로 비취약차주(71.4%)보다 높은 데다가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여타 차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시중은행들의 평균 가산금리는 3.86%로 지난해 말(3.47%)에서 0.41%포인트 올랐다. 반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취약차주의 대출금리는 지난해 말 평균 4.7%에서 최근 5.5%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취약차주의 가산금리 상승폭이 은행권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셈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취약차주들의 채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 초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위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도 내년 3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기준금리 정상 범위는 1.25%에서 1.75% 수준”이라며 “부동산과 외환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유동성 확대와 함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GDP(국내총생산)가 상당히 많이 뛰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원 조치는 취약차주들의 연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언제까지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늦출 수는 없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