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여파로 전세계 입국제한조치 강화···국제선 운항 시점 지연될 가능성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후 국제선 활성화 없이는 구조조정 부담 커···공정위, 운수권 재배분도 영향
LCC, 유상증자 통해 급한 불 껐지만···국제선 재개 없으면 경영난 가속화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국제선 운항 재개를 준비했던 항공업계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등장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항공업계는 연말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을 맞이해 여객 수요 회복을 기대했으나 오미크론이 확산될 경우 하늘길이 다시 막힐 가능성이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적으로 오미크론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며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선 포르투갈 프로축구 소속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집단으로 오미크론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오미크론 감염사례가 늘고 있다. 스페인과 스웨덴에서도 첫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캐나다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우리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접국 8개국 등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정부는 ‘트래블버블’ 협정국가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오면 입국제한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오미크론 사태로 인해 전세계 입국제한조치가 강화되자 국내 항공사들도 숨죽여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최근 해외 여행 재개를 통해 코로나19 피해를 복구하려던 항공업계는 기대감이 한풀 꺾이게 됐다. 또한 오미크론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항공업계가 입게 될 피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미크론으로 국제선 운항 재개 시점이 늦어질 경우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질 우려가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의 경우 국제선 운항 감소로 직원 중 약 62%가 휴직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 사는 코로나19 시기에 화물운송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가 급감해 관련 인원 대부분이 순환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통합 이후에도 변이바이러스 등으로 국제선 운항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 결합 승인 조건으로 운수권 재배분 등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운수권이 줄어들 경우 운항할 수 있는 노선 숫자가 줄어 인력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국내 LCC는 FSC와 달리 화물 운항이 불가능해 그동안 국내선 위주로 노선을 운항했다. 하지만 국내선에 LCC가 몰리면서 출혈경쟁이 심화됐고 이에 따라 수익도 악화됐다. 지난 3분기 국내 LCC 영업손실은 제주항공 913억원, 진에어 445억원, 티웨이항공 391억원, 에어부산 513억원으로 대부분 손실폭이 확대됐다.
LCC는 연말 트래블버블을 맺은 사이판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괌, 태국 등 노선에 취항해 수익 회복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오미크론 사태로 인해 운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선 운항이 다시 중단될 경우 LCC는 자금난에 빠져 회사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LCC는 적자가 계속되면서, 지난 3분기 자본잠식에 빠졌다.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4억50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진에어와 에어서울도 각각 19억8800만원, 1506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플라이강원은 자본잠식은 피했지만 부채비율이 856%, 588%, 3044%로 빚더미에 올랐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진에어는 지난달 1238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고 제주항공도 유상증자를 통해 2066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에어부산도 지난달 유상증자로 2271억원을 조달했다.
다만 연말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이에 따라 국제선 운항 재개 시점이 늦어질 경우 자금줄이 말라 경영난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된다.
LCC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는 계속된 적자로 비어가는 곳간을 채우기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나, 임시방편 수준에 불과하다”며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국제선 운항 없이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