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무시한 흉악범 진압 시 총기 등 무력사용 부담감 줄여줘야
정당하고 강력한 공권력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필요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인천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흉기난동을 벌이는 사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일각에선 여경의 문제라며 지적하지만 결국 남경, 여경의 문제가 아닌 경찰의 현장 대응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경찰의 현장대응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런데 비난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 나아가 사회가 얼마나 경찰들의 공권력 행사를 인정해주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한국사회, 특히 한국에서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유독 범죄자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 범인 체포와 관련해 경찰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한 외국경찰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습니다. 해당 국가에선 경찰의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바로 무력제압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위험한 순간엔 지체없이 총기사용도 허용된다고 합니다. 상대가 말을 알아듣는 성인인데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당연히 무력을 쓰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경찰에게 무력진압을 당하기 싫다면 경찰의 정당한 요구를 따르면 되는 것이겠죠.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인천 흉기난동 사태의 경우 만일 미국 등 다른 국가 경찰이 출동했으면 어땠을까요?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면 바로 무력진압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범죄자가 무력진압 당하지 않으려면 흉기를 내려놓으면 됩니다. 진압 절차 상 문제가 없었으면 그냥 그렇게 깔끔하게 넘어갔을 사안일 것입니다.
한국경찰도 물론 무력진압 수단이 있습니다 테이저건도 있고 실탄 있는 총기도 있습니다. 다른 것은 분위기 입니다. 총기를 사용하면 과잉진압 논란을 부를 수 있고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여경이 무력이 약해서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이 역시 정확한 지적은 아닙니다. 공권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압도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범죄행위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나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과 비슷한 전력으로는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칼을 든 범죄자를 상대할 때 압도적 전력은 결국 ‘총기’등 장비입니다. 신체 건장한 경찰이 와서 비등비등 사투 끝에 다치면서 범죄자를 제압해야 한다면 그 경찰이 위험한 건 둘째 치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도 여경이 건장한 범죄조직 조직 남성들보다 격투기를 잘해서 진압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경찰도 이번 기회에 현장 대응과 관련해 특별교육을 하고 토론회를 한다고 하는데요. 장비공급, 교육강화 등등 다 좋지만 실질적으로 경찰들이 자신 있게 현장에서 흉악범을 강력 제압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이 핵심일 듯 합니다. 이번 인천 흉기난동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미 국민여론은 이전부터 준비가 돼 있는 듯 합니다. 경찰과 정부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단, 경찰들도 그만큼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하기 위해 충분히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모습을 보여야 할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신고 자체에 대해 부실하게 대응하거나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그만큼 국민들의 신뢰도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들이 강력한 공권력을 인정받는 국가들을 보면 대체로 경찰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국가들이 많다는 건 참고할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