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퇴직연금 ETF 출시
신한은행도 내달 1일 서비스 출시···우리은행, 연내 출시 계획
은행서 증권사로 머니무브 가속···은행권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 차원”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은행권이 반격에 나섰다. 주요 은행들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서비스 출시에 나서면서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고객 이탈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은행권 최초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퇴직연금에서의 ETF 투자는 증권사에서만 가능했지만 이번에 하나은행이 퇴직연금 ETF를 출시함으로써 은행에서도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며 “이로써 퇴직연금 자산의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내달 1일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앞서 상반기에 퇴직연금 ETF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관련 준비를 많이 해왔다”며 “12월 1일부터 해당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ETF 투자 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은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관련 시스템 구축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은행들이 이처럼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거래 서비스 출시에 나선 배경은 퇴직연금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증권사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수수료 면제 정책을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침과 함께 은행권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걸면서 고객들의 자금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IRP 부문은 증권사의 수익률이 은행 대비 월등히 높아 머니무브 현상이 더욱 활발하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IRP 평균 수익률은 2.85%로 집계됐다. 반면 증권업계의 평균 수익률은 6.76%로 은행권보다 3.91%포인트 높았다.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증권사의 IRP 시장점유율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증권업계의 IRP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22%에서 3분기 26%까지 높아졌다. 적립금 규모도 올해 들어 1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고객들이 스스로 직접 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라며 “그러면서 ETF 투자가 최근 굉장히 활발해졌고 증권사에서는 ETF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의 퇴직연금 ETF 서비스 출시 배경은 고객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함과 함께 고객 이탈 방어 측면도 있다”며 “은행이 가진 안정성에 투자의 자율성을 더함으로써 퇴직연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