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마땅한 매물 없어···중형급 인수 추진 '난항'
잠재매물 롯데손보, 몸값 높이기 한창···재무적 부담 적어
우리은행, 사모펀드와 롯데카드 인수···잔여지분 매입 가능성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사실상 완전민영화에 성공하면서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숙원’인 증권사 인수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이 보험, 카드 부문 인수에 먼저 나설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롯데손보 등 잠재 매물로 꼽히는 보험사를 인수하는데 재무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우리금융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우리은행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만큼 롯데카드의 잔여지분을 사들일 수 있단 예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우리금융 지분 10%를 처분하면서 우리금융은 23년 만에 완전민영화를 이뤘다. 이에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전날 전 직원들을 상대로 보낸 메일에서 "성공적인 민영화를 바탕으로 그룹 사업포트폴리오를 조기 완성“할 것이라 강조했다.
우리금융이 M&A ‘1순위’로 꼽고 있는 곳은 증권사다. 우리금융은 올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도 중형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는 것이 문제다. 증권업은 최근 몇 년 간 호황을 누리고 있어 당분간 쉽사리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유안타증권 인수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대주주인 유안타증권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는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먼저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보험사 가운데 잠재 매물로 평가받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정도다.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JKL파트너스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롯데손보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당기순익(105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하는 등 인수 매력이 커졌단 평가다.
우리금융의 재무적 상황을 고려하면 보험사 인수가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지주는 금융사 인수를 할 때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사를 인수하면 BIS비율 하락해 최대한 자본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현재 BIS비율의 한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 여력이 크지 않아 더욱 세심한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감독목적 회계기준 아래선 보험사는 금융지주의 비연결 대상 기업이다. 금융지주가 자기자본(보통주)의 10% 이하의 규모로 보험사 지분에 투자하면 자본비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우리금융의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은 약 21조원 수준이다. 2조원 이하로 보험사를 인수하면 자본비율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이 530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별다른 재무적 부담 없이 인수가 가능하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보험업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료를 주로 채권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데, 금리상승은 채권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선 손보사가 생명보험사보다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도 롯데손보 인수 매력을 높이는 대목이다.
롯데카드 인수도 우리금융이 가지고 있는 M&A 카드다.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롯데카드 지분 80% 가운데 60%는 MBK가, 20%는 우리은행이 가졌다. 당시 우리은행이 5년 만기로 인수금융을 주선했기 때문에 약 3년 후에는 롯데카드의 주인이 다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선 증권, 보험 부문 강화가 여의치 않으면 롯데카드를 계열사로 편입하는데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MBK의 인수 파트너였기 때문에 잔여지분 인수에 있어 유리한 위치다. 다만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고 빅테크의 공격도 부담인 만큼 우리금융이 인수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MBK파트너스의 사모펀드 만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잔여지분 인수를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라며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만큼 비은행 강화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