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ETF 규모 확대에 편입 종목 주가 급등
반대의 경우엔 수급 악화로 주가 급락 단초될 수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테마형 ETF(상장지수펀드)가 자금 몰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 ETF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개별 종목의 변동성 확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같은 콘셉트의 ETF의 경우 편입 종목이 비슷한 데다 이들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ETF 자금 유출입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현실과 연결된 가상세계)나 웹툰·드라마, 친환경 등을 주제로 한 테마형 ETF가 투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포트폴리오에 속한 종목들도 덩달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마형 ETF에 들어온 투자 자금이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으로 유입되면서 수급이 개선된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테마 ETF들의 포트폴리오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면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대표적으로 하이브와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난달 13일 상장 이후 순자산이 8000억원을 넘어선 메타버스 테마 ETF 4종(KBSTAR iSelect메타버스, HANARO FnK-메타버스MZ, TIGER Fn메타버스, KODEXK-메타버스액티브)에 공통적으로 편입됐는데 해당 ETF가 상장된 이후 주가가 각각 54.6%, 173%까지 급등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편입 비중을 살펴보면 하이브는 순자산이 3338억원인 ‘TIGER Fn메타버스’ ETF와 순자산 1164억원인 ‘KBSTAR iSelect메타버스’ ETF에서 편입 비중이 각각 10.14%, 10.99%로 가장 높았다. 순자산이 3366억원인 ‘KODEXK-메타버스액티브’ ETF에서는 보유 비중이 8.2%로 상위 세 번째였다. 위지윅스튜디오는 TIGER Fn메타버스 ETF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9.64%)을 차지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테마를 주제로 한 ETF 상품들이 수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자금이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테마형 ETF의 순자산 규모는 전체 ETF(65조원)의 5분의 1수준인 1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골프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다양한 테마의 ETF들도 출시를 앞둔 상태다.

테마 ETF가 특정 테마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도 개별 종목 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테마형 ETF는 편입할 수 있는 종목풀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같은 콘셉트의 ETF가 다수 나오게 되면 포트폴리오가 겹쳐 수급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ETF 콘셉트에 따라 일부 중소형주가 높은 편입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기존 패시브 ETF 대비 개별 종목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ETF 자금이 대거 들어온 이후 자금이 빠져 나갈 때는 반대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관계 없이 수급 악화로 주가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고 주식 유통 비율이 적은 종목,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 이 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땐 주가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포트폴리오 종목 주가 하락→ETF 수익률 감소→ETF 자금 이탈→포트폴리오 종목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우량주는 ETF 자금의 유출이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은 ETF 자금 유출이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테마 ETF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중소형주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며 “ETF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질 수록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 기대가 있지만 반대의 경우 리스크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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