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호실적 힘입어 최고가 적어내···지분 1% 취득
실적 증가세 이어지면 예보 잔여지분 추가 매입 확률
지분율 4% 넘으면 우리금융과 가상자산 사업 협업 가능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ㅈ난 2019년 9월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UDC2019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두나무가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을 1%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일각에선 두나무가 내년에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추가로 우리금융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분율 4%대를 넘겨 과점주주체제의 일원이 되면 우리금융과 협업 관계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안)' 의결을 거쳐 낙찰자 5개사를 22일 최종 선정했다. 두나무는 1%의 지분을 배정 받으면서 사외이사권은 획득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분율 4%가 넘어가면 사외이사권을 배정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업계에선 두나무가 상대적으로 패널티를 받았단 해석이 나온다. 두나무는 급증한 실적을 바탕으로 이번 입찰에서 가장 높은 액수를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두나무의 수익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비트가 가상화폐 거래소이기에 정부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주는데 주저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두나무는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선 업비트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아직 국내에서 제도적 규제 및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는 업권법도 없는 실정이다. 

가상자산이 아직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다보니 업비트를 비롯한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기도 어렵다. 은행은 가상화폐 자체를 위험 자산으로 보고 거래소와 관계를 맺기 꺼려한다. 업비트는 현재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국내 시중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으면 업비트 입장에선 가장 좋은 그림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업비트가 대형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는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선 심리적 안정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지금도 업비트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계약하면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두나무가 향후 예보가 잔여지분을 모두 처분할 때 우리금융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예보가 소유한 지분율은 약 5.8%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완전민영화 로드맵’에 따라 예보 지분을 내년에 모두 매각해야한다. 

자료=금융위원회, 두나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내년에 두나무가 지분율을 3% 넘게 추가 확보한다면 새로운 과점주주 일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지배구조는 과점주주체제로 구성돼 있다. 지분 3~5%를 소유한 과점주주들은 1명씩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두나무가 추가 지분배입으로 우리금융 이사회에 진입한다면 우리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을 확률이 커진다. 또 두나무가 향후 가상자산 관련 투자 상품을 내놓는데 있어 우리금융과 협력 관계도 맺을 수 있다.

두나무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또 높은 가격으로 매입을 시도한다면 당국 입장에선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 민영화 3대 원칙을 지켜야한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나선 곳을 외면하면 더 많은 규모로 공적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하는 경우가 된다. 

다만 두나무가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구축이 상당부분 진행이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가 ‘트래블룰’ 등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된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하는 것 역시 향후 지분 추가 인수에 있어 중요한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하면 추가로 지분을 사들이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두나무 관계자는 “블록체인 시장의 확장과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이번 우리금융 지분 매입에 참여했다”라며 “보유한 지분은 장기간 소유할 계획이지만 아직 추가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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