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수도권 병상대기자 숫자만으로 비상계획 발동 결정할 수 없어”
전문가 “신속한 비상계획 발동 필요···세부 계획도 준비 시급”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500명대를 기록하며 수도권 병상대기자도 900명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는 비상계획 발동에 미온적 입장이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속하게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5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일 508명, 21일 517명에 이어 3일 연속 500명대로 집계됐다. 전날 사망자도 24명 늘었다. 또 하루 이상 병상 대기자는 수도권만 총 907명이다. 구체적으로 1일 이상 385명, 2일 이상 223명, 3일 이상 162명, 4일 이상 137명이다.
이같은 상황이지만 방역당국은 수도권 병상대기자 숫자만으로 비상계획 발동을 결정할 수 없고 전체 상황을 보며 발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에 신속한 비상계획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13일께부터 정부가 지속적으로 비상계획을 발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라며 “지난 주말부터 나오는 코로나 확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60세 이상 고령자 위주지만 이후 감염은 추정이 쉽지 않다”라며 “코로나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의 경우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가량”이라며 “확진자가 늘면 중환자도 증가하는데 중환자 급증은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천 교수는 “부스터샷도 진작 했어야 했는데 정부가 뒤늦게 감지했다”라며 “정부는 재택치료를 최소화하고 생활치료시설에서 항체치료제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항상 대처에 늦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된다”며 “이번 주 확진자가 4000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수도권은 중환자 병상이 포화상태”라며 “대학병원 응급실마다 대기 환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비상계획을 발동시켜도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계획이 없다는 점”이라며 “대략적으로 국민들 모임의 참여 숫자를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비상계획 발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발동을 결정하더라도 이후 대책을 별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그는 “비상계획 발동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조속한 시간 내 정부가 방역강화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오는 24일 이후 정부가 강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신속하게 비상계획을 발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80% 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사실상 100%와 동일한 수준”이라며 “수도권에 입원 대기하는 환자가 900명을 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 현장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점이 문제”라며 “정부가 검토하는 비상계획은 내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김 교수 언급은 앞서 이 교수 지적처럼 정부가 비상계획 발동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병상 부족 등 의료계 불만은 폭발 직전”이라며 “전문가들이 비상계획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정부가 망설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