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이통사 채무불이행·불법행위 주장
이통3사 “LTE 대비 20배빠른 5G 광고, 법 위반 아냐”
2차 변론기일 2022년 3월18일 속개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동통신3사를 상대로 한 5G 품질 집단소송이 본격화됐다. 소송에는 683명이 참여했다. 첫 공판에서 이통3사는 통신 품질 불량은 통신 세대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일뿐이며, ‘LTE 대비 20배 빠른 5G’ 내용의 광고는 표시 광고법 및 형사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약관에 해당하지 않지만 속도 제한, 가용 지역 등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다고 강조하면서, 되레 ‘원고 적격성’을 문제 삼았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5G 품질 불량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683명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KT와 LG유플러스가 5G 소송과 관련해서 법정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주원이, 피고 대리인은 법무법인 클라스(SK텔레콤), 법무법인 태평양(KT), 법무법인 광장(LG유플러스)이 맡았다.
앞서 법무법인 주원은 공동 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모집한 5G 불통 피해자 526명과 157명을 대신해 지난 6월말과 9월말 각각 1,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열린 1차 변론기일은 두 건의 소송을 병합한 것이다.
◇ “5G 불통 재산상·정신적 피해보상”
원고 법률대리인은 1차 변론기일에서 이통3사의 고의적인 5G 통신 품질 불량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따른 재산상·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피고들은 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무선 통신 사업을 수행하는 이통 사업자들이고 원고들은 피고들과 약관에 의해서 5G 서비스 요금제 이용 계약을 체결한 이용자들이다. 약관에 의해 계약을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받으면서 원고들에게 재산상,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대한 손해를 배상하란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고 법률대리인들은 원고의 주장은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 어느 한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소송 청구 원인은 5G 서비스에 대한 오해해서 비롯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통신 서비스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통신 품질 불량 등은 통신 세대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일뿐이며 그런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보완책이 마련됐다는 점을 고려해 달란 주장도 펼쳤다.
LG유플러스 법률대리인은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데이터의 전송 속도는 특정 기지국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숫자나 접속 환경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계속 변동할 수밖에 없고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동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기지국 구축도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서 전국망 구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동통신 서비스의 일반적 특성과 전국적인 통신망 구축 과정의 태생적인 한계점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동통신 기술의 세대교체기에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고 그런 과도기적인 현상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기술적 보완책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이 문제는 피고와 같은 이동통신사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이 산업과 관련된 여러 주체들이 복합적인 연관을 맺고 있음에도 이 사건 소송은 그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 없이 제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 대리인들은 전송 속도, 가용 지역, 이용 제약 등 설명은 계약 내용과 무관할뿐더러 그 역시 충분히 고지했으며, ‘LTE 대비 20배 빠른 5G’란 내용의 광고는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표시 광고법 위반,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광고와 원고들의 5G 요금제 납부란 재산상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SK텔레콤 법률대리인은 “데이터 전송 속도, 가용 지역 등 구체적 사항은 계약 및 이용 약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설명 의무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명 의무 대상이 되는 중요 사항도 아니다”며 “설령 이에 해당한다더라도 피고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정보 제공 및 가용 지역 고지도 다 해 법령상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고는 허위·과장 기반성이 없고 소비자 오인성이 없으므로 표시 광고법을 위반한 바가 없다. 표시 광고법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 광고와 원고들의 5G 요금제 납부란 재산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또 현재 5G 요금제가 LTE보다 저렴하므로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산상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 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될 여지가 없으며, 실제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은 바에 대한 입증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소송은 채무불이행 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불문하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피고들은 ‘원고 적격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원고 대리인이 제출한 원고의 본인확인 인증서 등은 발급기간도 기재되지 않아 발급 목적을 확인하기 힘들뿐더러, 일부 원고는 본인확인 인증서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 법률대리인은 “원고 대리인이 제출한 본인확인 인증서 등은 발급 기간조차 기재돼 있지 않아서 누가 어떤 의미로 발급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자료다. 또 일부 원고들은 그마저도 돼 있지 않다. 이 재판이 대리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란 점을 고려할 때 소송 대리권 전부의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법률대리인도 “원고 대리인에 대한 소송 대리 권한 수여가 명확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소는 각하돼야 한다”며 “다만 입증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결정을 철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고 대리인은 이통사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쳐 인증 확인서를 발급받은 가입자에 한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송 위임을 받는 등 충분한 본인 인증을 거쳤다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에 ‘5G 접속 실패 이력’ 등 증거 자료를 갖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 서비스센터와 이통사에 관련 제출을 촉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진욱 변호사는 “원고들이 개별 통신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통신사로부터 본인인증을 확인받아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하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확인 작업을 거쳤다”며 “원고적격 문제뿐만 아니라, 5G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졌는지는 제조사 서비스센터로부터 접속 실패 이력을 받으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대리인에 소송 위임장을 공증해 제출할 것과 구체적인 채무불이행 내용 및 불법행위 근거 등 청구 원인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은 내년 3월 18일 열린다.
◇ 원고 “이통3사 5G 접속실패 이력 확인되면 쟁점사항 해결될 것”
이날 공판 종료 후 원고 대리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통사들이 소송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통3사에서 소장이 접수되고 2~3개월 뒤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사건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달라며 준비서면을 지난주에야 제출했다. 피고가 자료를 빨리 제출하면 쟁점이 드러나고 소송 대리권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정리할 수 있는 것인데,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화난사람들을 통해서 원고를 모집했는데 화난사람들에서 소송을 위임하려면 통신사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본인 인증을 다 거쳐서 인증 확인서를 발급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 본인확인이 안 됐다고 하는 것은 본인들의 자체 인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소송을 계속 지연시키면서 통신망을 계속 깔아 이용자들의 반발을 최소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고 대리인은 이 사건의 핵심 자료인 5G 접속 실패 이력 관련 자료가 확보된다면 고의적인 5G 불완전이행 여부와 채무불이행 등 소송 쟁점 사항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원고들이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5G 접속 실패 이력 자료를 요청했을 때 제공했다가, (소송 등) 문제가 불거지니까 이통사가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고 했는지 제조사가 자체 차단했는지 알 수 없지만 특정 시점부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료만 확인되면 5G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됐는지 등이 증명돼 소송 관계도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접속 실패 이력을 갖고 있는 원고도 있고 없는 원고도 있는데 (일부만 제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재판부가 제조사에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대리인은 5G 접속 실패 이력 등 자료 확인과 함께 추후 공판에는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심 공무원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