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미도·송파 장미·여의도 시범 등 신속통합기획 신청
은마, 신청 동의서 징구 나서···3일 만에 500여명 동의
사업 기간 단축 기대···공공기여 등 주민 반발 변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표 재건축으로 불리는 ‘신속통합기획’에 서울 주요 단지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치 미도·송파 장미·여의도 시범 등에 이어 강남 재건축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치 은마까지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간판급 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임대주택 비율 협의 등 돌발 변수도 적지 않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소유주 모임인 은마반상회는 주민들에게 신속통합기획 신청 동의서를 받고 있다. 동의서 징구를 받기 시작한지 3일 만에 동의율 10%(500여명)를 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작년 이맘때 공공재건축 등 정부가 참여하는 사업에 반감을 드러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에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다.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고안했다.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신속통합기획은 주민이 주체가 된다. 신청하려면 주민 동의율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은마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에 관심을 나타낸 이유는 더딘 사업 속도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2003년 말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18년째 답보 상태다. 2010년 3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2017년부터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 지정 신청서’를 서울시에 네 번이나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여기에 지난 9월 추진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가 모두 해임됐다. 새로운 집행부가 나올 때까지 시간은 더 늘어지게 됐다.

신속통합기획은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신속통합기획 적용 시 정비구역 지정 절차는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선 통합심의를 통해 소요 기간이 1년 6개월에서 9개월까지 단축된다. 공공이 직접 시행까지 하는 정부 방식과 달리 민간 주도 개발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마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이후 심의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앞서 은마아파트 건너편 단지인 대치 미도아파트를 비롯해 여의도 시범아파트, 송파 장미1·2·3차 등 각 지역 대표급 단지들이 신속통합기획 신청서를 제출했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은마아파트까지 움직이면서 신속통합기획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던 정비사업장들이 신속통합기획으로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며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도시계획으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단지들이 나서면서 서울 주택 공급도 청신호가 켜진 분위기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 재개 등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6만4000~9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 재개발 공모까지 더하면 2030년까지 서울 내 8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다만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와 공공기여 협의 등에서 주민들과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앞서 신속통합기획 1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는 임대주택∙기부채납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여기에 공모를 통해 모집 중인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명확한 매뉴얼 없이 신청만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인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임대주택 등 공공성 요구가 커질 경우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또 다수 단지에서 일시에 신청이 몰리면 과부하가 걸려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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