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 고부가제품으로 승부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심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이 지난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기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와 5G 수요 증가로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들 업체들은 이에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며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렸다. 심텍과 대덕전자는 설비 증설에 나서며 생산 역량 확대에 나섰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심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기판업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 233%, 292% 각각 상승했다.
심텍은 지난 3분기 매출 3660억원, 영업이익 504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3106억원)은 18%, 영업이익(307억원)은 64% 상승했다. 반도체 기판 업황 호조와 맞물려 PCB 가격이 상승한 점이 실적 개선 원인이다. 심텍 3분기 PCB 가격은 1㎡당 80만7916원으로 지난해 78만6362원, 2019년 69만8306원보다 높아졌다.
심텍은 PCB에서 주력 제품인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분야에서 첨단 공정인 미세회로제조공법(MSAP) 기판을 양산하고 있다. MSAP는 텐팅(Tenting) 공법보다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심텍 관계자는 “서브스트레이트 기판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로 구성이 돼 있다.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의미 있는 MSAP 기판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심텍, 삼성전기, LG이노텍 정도”라며 “MSAP 제품군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덕전자 3분기 매출은 2557억원, 영업이익은 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202% 상승했다.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뛰었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패키지에 들어간 제품 구성 자체가 고부가화가 많이 이뤄진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덕전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FC-볼그리드어레이(BGA)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스마트폰 메인기판(HDI) 사업에서 철수한 뒤 FC-BGA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신규 라인에서 FC-BGA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FC-BGA는 PC와 서버에 쓰이는 고수익 제품으로 향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으로 응용처가 확대돼 향후 수요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리아써키트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영업 전략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358억원으로 전년 동기(91억원)보다 293% 성장했다. 지난 9월 오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연간 9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기판 산업이 호황인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흐름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판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이후 반도체 수요가 꺾이더라도 데이터센터 증설, 5G 전환 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호황 기조가 향후 2~3년은 유지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PCB 기업들은 생산역량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심텍은 MSAP 기판 수요 대응 목적으로 올해 705억원의 신규시설 증설 투자를 단행했다. 대덕전자도 생산설비 신설에 올해 7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며 “일반적인 PCB 제품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양산에 나서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갈 길은 고부가가치 강화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