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트래버스보다 큰 ‘타호’ 출격 예고
풀사이즈 SUV, 비싼 가격과 협소한 국내 운전 환경 탓에 그동안 크게 인기 끌지 못해
타호 저가형 모델 출시되면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 면에서 경쟁력 있어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GM이 풀사이즈 SUV 출시 계획을 밝히며 초대형차 불모지인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GM은 지난 12일 인천시 부평공장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판매 전략 등을 설명하며 내년 1분기 풀사이즈 SUV ‘타호’를 국내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타호는 쉐보레 브랜드의 초대형 SUV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형 SUV 트래버스보다도 차체가 크다.

쉐보레 미국 공식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타호의 차체는 전장 210.7인치(약 5352mm), 전폭 81인치(약 2057mm), 전고 75.8인치(약 1925mm), 휠베이스 120.9인치(약 3071mm)다. 트래버스에 비해 차량의 전장과 전고가 약 15cm씩 길고 높다. 

제너럴모터스 쉐보레 브랜드의 풀사이즈 SUV '타호' / 사진=연합뉴스
제너럴모터스 쉐보레 브랜드의 풀사이즈 SUV '타호'. / 사진=연합뉴스

사실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 풀사이즈 SUV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현재까지 풀사이즈 SUV를 출시한 포드, 링컨, 캐딜락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포드 ‘익스페디션’은 올해 3월 출시해 10월까지 246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시기에 출시한 링컨 ‘네비게이터’ 역시 231대가 판매되며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올해 1~10월까지 누적 348대가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서 풀사이즈 SUV의 인기가 저조한 이유로는 비싼 차량 가격과 협소한 도로 환경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익스페디션, 네비게이터, 에스컬레이드의 가격은 각각 8210만원, 1억1840만원, 1억5357만원이다. 최근 차박 및 캠핑이 열풍이지만 세컨드카로 이용하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있고, 퍼스트카로 이용하기엔 협소한 주차시설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한국GM이 내년 1분기에 타호를 국내에 출시하기로 한 것은 대형 SUV 트래버스의 인기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10월에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8.1% 감소했지만 트래버스 판매량은 유일하게 3.0%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GM 입장에선 트래버스를 통해 국내 대형차 수요를 확인한 셈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타호가 다른 경쟁모델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쉐보레 공식페이지엔 총 6가지 트림이 나와 있는데, 제일 저렴한 LS 트림의 경우 4만9700달러(한화 약 5862만원)부터 판매된다. 국내에도 저가형 트림이 출시된다면 가격적인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향후 출시될 타호 모델과 관련, 한국GM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논의 중이라 출시 이전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모델인 포드 익스페디션과 비교했을 때 타호의 성능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타호 LS 트림의 최고출력은 355마력(HP), 최대토크는 383lb·ft(약 52.9kg·m)다. 익스페디션의 최고출력은 405마력(PS), 최대토크는 66.0kg·m다. 마력의 단위가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HP가 PS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가 나온다. 최대토크까지 감안하면 타호의 성능이 익스페디션에 못미친다.

트래버스의 경우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성능 면에서 부족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타호 역시 이러한 판매 전략으로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서 GM의 풀사이즈 SUV의 성공을 다소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일부 마니아층에게 판매될 수는 있겠으나 현대차와 기아가 SUV 풀 라인업을 구성한 상황에서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GM의 경우 철수설로 인한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