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포함 6개 신약 中 기술수출
“미국 대비 유럽 매출 미미···파이프라인 다각화로 중국 수요 잡는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미국과 유럽 시장 선점에 주력했던 SK바이오팜이 중국 시장 진입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SK바이오팜은 중국 복수 투자사와 현지 회사를 설립해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판매가 올해 6월부터 시작된 가운데, 주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시장을 새롭게 겨냥한 것이다. 

12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소재 글로벌 투자업체 ‘6디멘션캐피탈(이하 6D)’과 중추신경계 분야 특화 현지 법인 ‘이그니스테라퓨틱스(이하 이그니스)’를 설립했다. 또 골드만삭스, WTT 인베스트먼트, HBM 헬스케어 인베스트먼트, 무바달라, KB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억8000만 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SK바이오팜은 이그니스의 최대주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포함해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 등 6개 중추신경계(CNS)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중국 판권을 기술수출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금 2000만 달러(약 238억원)와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1500만 달러(178억원),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의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노바메이트는 올 3분기 미국 내 월평균 처방 건수가 전분기보다 23% 늘면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유럽 내 매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유럽 내 세노바메이트 판매국은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으로 3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올해 6월부터,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지난달부터 판매를 개시했지만 아직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유럽 내 세노바메이트 출시국을 4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나,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중국 시장에 더욱 눈독 들이는 모습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회사의 주력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대부분의 매출은 미국에서 발생되고 있다”며 “유럽에서의 공급은 올해 6월 독일을 시작으로 지난달부터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연결 매출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이번 현지 법인 설립과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 시장 진출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중국 내 입지 강화를 위해 기존 미국과 유럽보다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중인 신약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 두 가지다. 향후 중국 파이프라인은 세노바메이트를 포함해 총 6개의 중추신경계(CNS) 신약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발판 삼아 유럽으로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한 뒤, 아시아권 판로 개척을 타진해왔다. 중국 현지 회사 이그시스를 설립한 배경도 아시아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이었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 규모가 세계 2위인 국가로 미국과 유럽 진출에 이어 오래전부터 중국 진출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었다”라며 “글로벌 시장 전략에서 항상 중국이 포함돼 있었으며, SK바이오팜의 신약이 중국에서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현지 회사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SK그룹 계열사들의 수많은 파이프라인들이 진출해 있다”라며 “다수의 SK그룹 계열사가 포진해있는 중국 시장은 SK바이오팜의 현지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시장 진출 채비를 마친 SK바이오팜은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위한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희귀 뇌전증의 일종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희귀 소아 뇌전증) 치료제 후보 ‘카리스바메이트’에 대한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세노바메이트의 아시아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적응증 확대를 위한 성인 전신발작 및 소아 부분발작 질환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도 함께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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