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11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시사···1%대 금리 복귀 ‘눈앞’
보험사, 수익성 향상·건전성 악화 ‘양날의 검’···현대해상·DB손보 등 선제 대응 나서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건전성 관리에 대한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부 제기됐으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재차 금리인상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그동안 부진했던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나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평가 가치가 하락해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금리인상기에 유리한 자산으로 채권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선제적으로 단행하고 있으며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이주열 “경기, 당초 예상 부합하는 흐름”···보험업계, 운용자산이익률 상승 기대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거시경제 전문가 7명과 ‘경제동향 간담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2월 비공개 간담회 이후 약 1년 9개월만에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 자리에서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다시 한 번 시사하는 발언을 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총재는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코로나로의 방역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경제도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긴 했으나 기조적으로는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어지면서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년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일 ‘민간 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민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경제성장률 하락 충격이 두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한 차례 더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주장들까지 나오자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 총재가 직접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상승하게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8월 기준금리 인상 당시보다 더욱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이미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까지 오르게되면 은행의 대출을 통해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에 투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투자자들의 이자 상환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한 결과 3% 초반대까지 평균 금리가 치솟았다.
보험업계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호재로 평가받는다. 대출과 채권이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의 특성상 금리 상승은 이자 이익 상승으로 이어져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여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국내 생보업계와 손보업계는 모두 운용자산이익률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월말 기준 생보업계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02%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말(3.46%) 대비 0.44%포인트 하락했으며 손보업계 역시 같은 기간 3.72%에서 3.00%로 0.72%포인트 낮아졌다.
◇NH농협생명·DGB생명보험, 채권 재분류 ‘반짝 효과’ 그쳐···유상증자 등 시도
다만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보험사들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RBC비율 개선에 큰 기여를 했던 매도가능금융자산이 금리인상기에는 RBC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사들은 금리하락기에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이 아닌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시장 가치를 즉각 반영하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의 평가 가치가 바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 인상시 평가 가치 하락도 즉시 반영돼 자본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운용자산 중 매도가능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2.15%였으나 지난해 35.7%로 3.55%포인트 상승했으며 손보사 역시 같은 기간 27.1%에서 28.3%로 1.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NH농협생명과 DGB생명보험 등은 바로 지난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바 있다. 한 번 재분류한 채권은 회계연도 3년동안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 보험사는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말 191.6%였던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채권 재분류 효과로 9월말 314.9%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9월말 223.11%로 다시 하락했다. DGB생명 역시 지난해 3월 187.5%에서 6월말 325.3%로 RBC비율이 크게 올랐다가 올해 9월말 204.1%로 낮아졌다.
일부 보험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는 작업을 선제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해상이 올해 상반기 2조171억원 규모의 증권을 재분류했으며 DB손해보험도 5조4566억원에 달하는 증권을 재분류했다.
한화생명 역시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내년까지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경우 채권 계정의 재분류 등을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분기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193.1%로 지난해 동기(265.4%) 대비 72.3%포인트 하락했다.
DGB생명의 경우 자본확충을 통해 RBC비율을 개선할 방침이다. DGB생명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의 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이익, 투자수익 등을 높여주기 때문에 당연히 보험사 입장에서는 호재가 맞다”며 “다만 채권을 최근에 재분류했던 일부 보험사들은 IFRS17(신지급여력제도) 도입과 맞물려 건전성에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권 재분류를 통한 일시적인 건전성 지표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