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5 양산 돌입···기존 제품보다 가격 30% 이상 높아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엘더레이크’를 출시하면서 D램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발맞춰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DDR5 양산에 나선다.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DDR5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30% 가량 높아 수익성 하락에 지지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DDR5 양산에 돌입했다. 램프업(증산)을 통해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화성 공장 17라인과 평택 공장 2라인 등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EUV 멀티레이어 공정을 활용한 14나노미터(nm) D램을 DDR5에 적용했다. 웨이퍼 집적도를 높여 이전 세대보다 생산성을 20% 정도 끌어올렸고, 소비 전력도 약 20%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DDR5는 차세대 D램으로 DDR4보다 성능이 향상된 제품이다. 초고속, 고용량이 특징으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이 활용되는 빅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PC 시장에 이어 서버 시장으로 적용 범위가 늘면서 응용처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 수준인 DDR5 출하량 비중은 오는 2025년에 40.5%로 증가할 전망이다.
D램 세대교체는 인텔이 지난 4일 12세대 PC용 CPU 엘더레이크를 출시하면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엘더레이크는 업계 최초로 DDR5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DDR5 보급이 초기 단계여서 DDR4와도 호환이 가능하다. 인텔은 내년 상반기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DDR5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엘더레이크가 DDR5를 기반으로 설계된 제품인 만큼 DDR5 수요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DDR3에서 DDR4로 넘어갈 때처럼 빅 점프를 하는 시기가 또다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DDR4 비중을 제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2년 정도면 전환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DDR5 양산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 DDR5 가격은 DDR4보다 30% 이상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D램 가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9월 D램 평균판매가격(ASP)는 4.62달러로 8월 4.77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PC와 서버 제조업체들이 상반기 D램 구입량을 늘렸지만, 최근에는 재고 수준이 높아져 구매를 줄이고 있어 4분기 D램 가격은 최대 5%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 차세대 CPU 사파이어래피즈가 적시에 출시될 경우 DDR5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DDR4 가격 하락 우려를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며 “DDR4 가격 하락 우려보다는 DDR5 모멘텀에 집중할 때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DDR5가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DDR5는 가격이 높게 책정되겠지만, 투입되는 원가도 그만큼 높다. 또 내년에 업계 전반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DDR5 확대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삼성전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DDR5가 고성능, 고용량 제품이니 찾는 곳이 많겠지만 그만큼 생산 역량을 더 써야하고 수율도 안 나올 수 있다”며 “수요가 증가한단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상황을 전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