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DGB생명에 1000억원 투입 계획···IFRS17 대비
잇단 비은행 강화로 올해 호실적···성장세 이어간다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가 최근 DGB생명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등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이어갔다. DGB금융은 올해 비은행 계열사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지방금융지주 당기순이익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회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DGB생명을 지원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생명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DGB생명은 DGB금융지주의 100%자회사라 신주 모두 지주에 발행된다. DGB금융이 DGB생명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의미다. 

이번 증자는 오는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행 기준 아래서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를 원가로 인식하지만 IFRS17이 적용되면 시가로 평가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부채가 증가가 예상된다. 문제는 부채가 증가하면 자본이 줄어들어 보험사의 손실흡수력을 측정하는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들도 최근 자본확충에 한창이다. 

DGB생명도 지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아 자본확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9월 말 기준 DGB생명의 지급여력 비율은 204.1%다. 이번 증자로 이 지표는 약 70%포인트 상승한  270% 수준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DGB금융지주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DGB금융은 최근 3년 간 비은행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연이어 투입하고 있다. 작년엔 캐피탈 계열사에 증자 형식으로 500억원의 자금을 내려보냈다. 이와 함께 지난 2019년에는 하이투자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할 당시 신용보강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DGB금융은 비은행 강화를 위해 자금 투입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름도 과감히 바꿨다. DGB자산운용을 하이투자증권의 브랜드를 따라 ‘하이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그룹명도 버릴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비은행 계열사 강화의 결과는 실적 증가로 나타났다. DGB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427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급증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급중한 덕분이다. 하이투자증권(1301억원), DGB캐피탈(61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5%, 117.3% 크게 늘었다. 이에 DGB금융은 지난해 JB금융에 자리를 뺏긴 지방금융지주 2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다만 DGB생명은 올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그룹 사업 가운데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익은 12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 급감했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사업비 지출이 커졌으며, 금리상승 등으로 인해 채권 평가익이 줄어든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지급여력비율 마저 급락한다면 실적 부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DGB생명이 지주의 우산 아래서 더 적극적인 영업을 펼친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모기업이 없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으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는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유상증자는 상장된 보험사의 경우 주가 하락이 우려돼 선택하기 어렵다. 반면, DGB생명은 이번에 지주로부터 자금을 받으면서 큰 비용 지불 없이 자본확충에 성공했다. 그만큼 성장에 유리한 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는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사안이다”라며 “DGB생명 유상증자는 지주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시행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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