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레드바이오 부문 파이프라인 확장 박차
‘바타비아’ 인수···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 전개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CDMO 부문 매출 인식될 것”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CJ제일제당이 바이오 부문 사업 다각화를 통한 파이프라인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회사는 지난 7월 마이크롬바이오 헬스케어기업 ‘천랩’을 인수하면서 신약개발에 나선 한편, 최근 해외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을 인수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 그린바이오(사료·농업·식품 분야) 사업에서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바이오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다.
10일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설탕 제조 등 발효정제기술을 기반으로 1964년 아미노산계 조미료인 MSG를 만들면서 그린바이오 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회사는 지난 2019년 비상경영 선포 이후 바이오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파이프라인 확장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 바타비아 인수로 본격 CDMO 사업 진출···레드바이오 부문 캐시카우 될까
앞서 회사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놀로지(BT) 기업 ‘바타비아’를 인수하면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안으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바타비아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내년 상반기부터 CJ제일제당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기존 바타비아 대주주는 회사 경영진으로서 사업운영을 이어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제형·제조 공정 기술 및 생산 인프라를 갖춘 곳은 드물다”며 “바타비아가 장기간의 파트너십으로 구축해 놓은 생산 파이프라인과 바이러스 백신·벡터 관련 핵심기술 및 제조 역량이 인수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인수를 통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 전개와 함께 지난 7월 인수한 천랩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즉, 자회사를 통한 신약개발과 CDMO 사업 진출로 레드바이오(의약·의료 분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회사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부문 CDMO 사업 전개 이유로 ‘시장성’을 꼽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작년부터 회사 내부에서 신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바이오 부문의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며 “바타비아 인수도 레드바이오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포·유전자 치료제 부문의 CDMO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 시장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해 사업 진출을 계획하게 됐다”며 “고객사들이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 포진해 있어 바타비아가 보유하고 있는 유럽 쪽 파이프라인을 흡수하면 안정적인 글로벌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늘어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CDMO 시장 수요 커질 것”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바이오 CDMO는 오는 2023년 기준 약 16조5000억~18조9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세포 유전자 연구개발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CDMO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미래성장부문장은 “CDMO 시장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외적으로 바이오 분야에 자금이 몰리면서 바이오텍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CDMO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DMO 사업은 자체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더라도, 생산 파이프라인만 확보하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 다만 대형 생산설비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가능한 대기업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삼성바이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CJ제일제당 등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CDMO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다.
황 부문장은 “위탁개발생산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에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CDMO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거대한 생산설비 시설을 완비해야 하는 CDMO 사업은 신생 바이오텍이 쉽게 뛰어들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