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청약자 3개월 동안 환매청구권 행사 가능···권리 행사가는 공모가 90%
투자자 보호장치 두면서 흥행 유도···신주인수권으로 이익 극대화 포석 해석도
상장 당일 주가 공모가 하회 시 주관사에 부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세부 내용은 증권신고서 정정 등으로 바뀔 수 있음. 자료=증권신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세부 내용은 증권신고서 정정 등으로 바뀔 수 있음. 자료=증권신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코넥스 시가총액 1위인 툴젠이 네 번의 도전 끝에 코스닥 이전 상장에 한 걸음 다가간 가운데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자발적으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내걸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통해 청약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환매청구권의 보상 격으로 받은 신주인수권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상장일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경우엔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툴젠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전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툴젠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원천 특허를 보유한 유전자교정 전문기업으로 지난 세 차례에 걸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 바 있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으로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고 수요예측만 넘게 되면 이전 상장에 성공하게 된다. 

툴젠의 이번 이전 상장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관사가 자발적으로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환매청구권은 주관사가 발행회사의 일반공모 참여자에게 손실 한도를 보증해주는 것으로 공모가의 90% 이상 가격으로 주관사에 공모주를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툴젠의 경우 공모가 90%의 조건으로 상장 후 3개월 동안 환매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툴젠은 환매청구권을 의무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상장 제도를 이용하지 않아 환매청구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부여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환매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시 주식을 되사와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환매청구권 설정을 통한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주관사 입장에서는 환매청구권을 내걸면서 흥행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됐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이 2차전지와 같이 일부 업종만 조명받는 상황을 맞으면서 올해 상반기와 같이 업종 차별 없는 흥행이 쉽지 않아졌다. 특히 국내 증시와 IPO 시장에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툴젠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매매청구권이 일부 투자자 의구심을 지울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또 신주인수권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도 환매청구권의 설정의 기대 요인으로 평가된다. 통상 주관사는 환매청구권 설정 리스크를 지는 대신 신주인수권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툴젠 역시 한국투자증권에 5만주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했다. 행사가는 확정 공모가이며 행사 기간은 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 18개월 이내다. 

세부 내용은 증권신고서 정정 등으로 바뀔 수 있음. 자료=증권신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세부 내용은 증권신고서 정정 등으로 바뀔 수 있음. 자료=증권신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10만~12만원) 상단에서 결정될 경우 행사가 기준 신주인수권의 단순 가치는 60억원이 된다. 만일 3개월 이후 툴젠의 주가가 이른바 ‘따상’(공모가 두 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수준인 31만2000원이 되면 100억원에 가까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주가가 이 보다 상승할 경우 더 큰 수익도 가능하다. 게다가 상장 주선인 의무 인수분인 2만5000주(보호예수 1년)까지 포함하면 주가 상승 시 기대 이익은 더욱 커진다.

일각에선 환매청구권의 리스크가 예상 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 중 하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 청약에 나선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 성향이 대체로 단기적이다. 3개월이 되기도 전에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다”며 “그만큼 풋백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툴젠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환매청구권은 일반청약자가 주식을 매도하거나 배정받은 계좌에서 인출하는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권리가 소멸된다. 

반대로 상장일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경우엔 주관사에 환매청구권 설정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경우에는 대규모 환매청구권 행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환매청구권이 행사되고 툴젠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게 되면 주관사의 평가 손실이 불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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