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스니커즈테크, 무신사 솔드아웃 이어 플레이와 협업 나설 듯
네이버 크림, 업계 최대 규모 투자 유치···무신사 출혈경쟁 불가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 직장인 유아무개씨(25)는 한정판 스니커즈 나이키 조던을 친구와 함께 구매했다. 평소 스니커즈에 큰 관심은 없지만 리셀 시장이 갈수록 커지자 호기심이 생겨 신발을 리셀(resell·되팔기)해보려고 한 것이다. 구매한 스니커즈 사이즈는 유씨가 신을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리셀을 위해 구매했다. 유씨는 “처음으로 스니커즈를 투자 목적으로 구매했다”며 “색상도 사이즈도 본인과 맞지 않지만 구매 후 되팔아 10만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리셀’이 새로운 재테크로 자리 잡은 가운데, 기업들이 직접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리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리셀 시장 빅2 무신사와 네이버는 올해 리셀 규모를 더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Z세대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식, 부동산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과거 스니커즈테크는 신발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샤넬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등으로 리셀 시장이 확장되면서 기업도 리셀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이는 추세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요약.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요약.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대표적인 국내 스니커즈 온라인 플랫폼은 무신사의 솔드아웃(sold-out), 네이버의 크림(KREAM)이 있다. 국내 업계 1위 크림은 지난해 누적 거래액 27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크림이 올해 전년 대비 250% 성장한 9450억원을 웃돌아 1조원을 넘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크림은 지난 3월 벤처캐피털(VC) 소프트뱅크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투자금액을 유치했다. 이후 10월에는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액만 총 1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에 맞서 무신사도 리셀 시장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무신사는 조만호 전 대표가 창업 전 신발로 유명하다 무신사를 창업했던 만큼 스니커즈 판매에 여느 기업보다 적극적이다. 무신사의 전신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무신사는 지난해 7월 한정판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을 론칭해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솔드아웃은 올해 자회사인 에스엘디티로 분사해 두나무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 무신사 사업부 가운데 첫 외부투자를 받았다.

특히 무신사는 지난 2019년 스니커즈 플랫폼 ‘플레이어’를 인수한 바 있다. 플레이어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을 모두 품어 브랜드 파워면에서 라인업을 인정받은 플랫폼이다. 현재 무신사는 ‘무신사 플레이어’라는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한 상태고, 하반기 무신사 스토어 내 스니커즈·스포츠 전문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무신사의 전신이 ‘신발’이었던 만큼, 플레이어와 무신사 플랫폼 경쟁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10일 더현대서울 번개장터 리셀숍 브그즈트랩(BGZT랩)에서 판매되는 스니커즈들. / 사진=한다원 기자
10일 더현대서울 번개장터 리셀숍 브그즈트랩(BGZT랩)에서 판매되는 스니커즈들. / 사진=한다원 기자
10일 네이버 크림에서 리셀되고 있는 한 스니커즈. / 사진=네이버 크림 캡처
10일 네이버 크림에서 리셀되고 있는 한 스니커즈. / 사진=네이버 크림 캡처

이날 기자가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번개장터 리셀숍 브그즈트랩(BGZT랩)에 방문해 리셀러들을 만나봤다. 오전 시간대임에도 브그즈트랩 매장 앞은 신발을 구경하려는 MZ세대들로 붐볐다. 이들은 “무조건 오늘 하나 사야한다”, “재고 있으면 사라” 등의 말을 건네며 매장을 둘러봤다.

한 직장인은 기자에게 “리셀 시장이 워낙 인기여서 신발 하나라도 구매하려고 왔다”며 “사이즈나 색상은 상관없고 재고만 있으면 구매해 다시 리셀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매장을 둘러보던 대학생도 “친구들이 스니커즈 리셀을 하길래 구경왔다”며 “한정판이라 그런지 재고도 신발마다 하나씩이라 하나 구매해볼까 한다”고 했다.

무신사의 회원수는 840만명을 넘어섰다. 무신사 월 최대 방문자수는 78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무신사 리셀 시장에 발을 뻗으면 네이버 크림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무신사는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배송비·검수비·수수료를 없애고 리셀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판매·구매·반품·배송비 무료 정책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 경우 무신사는 판매할수록 적자가 커질 수 있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층에서만 보였던 스니커즈 리셀이 최근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코로나19 시국에 반짝 유행에 그칠 줄 알았던 리셀 시장이 이제는 MZ세대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아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앞으로 향후 몇 년간은 리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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