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슈로 글로벌 고철 수요 꾸준히 증가할 듯
장기적으론 국내 자급률 높여가야···“산업 사이클 돌아야 고철도 많아져”

최근 철강업계의 탄소배출 감축 전략에 따라 고철(철스크랩)이 중요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철강업계의 탄소배출 감축 전략에 따라 고철(철스크랩)이 중요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중국이 철스크랩(고철) 확보에 집중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의 중요 자원으로 철스크랩이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직 국내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날 철스크랩(생철 기준) 가격이 톤당 64만4000원을 기록했다. 작년 10월 30만원 수준이었던 철스크랩 가격이 1년 새에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 10월(최대 56만8000원)과 비교해도 한 달 새에 15% 수준의 인상 폭을 기록했다. 철스크랩 가격이 60만원을 넘은 건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 들어 철스크랩 가격이 급증한 것은 중국이 철스크랩 수입량을 대폭 늘린 영향이 크다. 중국은 2019~2020년에는 철스크랩을 폐기물로 규정하고 수입을 금지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철스크랩의 수입금지 조치를 폐지하고, 공격적으로 수입량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철스크랩 사용을 2억6000톤에서 3억2000톤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철스크랩 사용 확대를 위해 전기로 생산 비중도 올해 13%에서 2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철스크랩 확보에 열을 올리는 데는 철스크랩이 최근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주요 자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은 전기로 조업의 원료로 쓰인다. 전기로 공법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공법보다 탄소배출량이 75% 가량 낮다. 이에 중국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철스크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철강업계는 당장은 글로벌 철스크랩 수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격 급등에 대한 영향은 있다”면서도 “철스크랩 사용량 확대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라, 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도 “철스크랩 가격이 올라가고 있긴 한데, 철스크랩 수입에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동국제강의 경우에는 철스크랩 활용 사업을 주로 하는 만큼, 향후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아무래도 원래부터 철스크랩을 사용하던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도 철스크랩 시장에 들어오면 시장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진다”며 “철스크랩 관련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략이 유지됨에 따라 철스크랩 확보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철강업계는 전기로를 확충하며 철스크랩 사용 확대 기조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기업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 플랜에 따라 올해 6월 철스크랩 사용 비율을 기존 15%에서 19%까지 상향했다. 또 2025년까지 철스크랩 사용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전기로 생산량이 많아 이미 철스크랩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다. 
 
이에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2020년 기준 기준 85%로, 부족한 20~30% 물량을 주로 미국·일본·러시아에서 수입해온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는 산업 사이클이 제대로 돌지 않아서 폐철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며 “국내 자급률이 부족한 만큼 수입산에도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철강자원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국을 포함해서 다른 나라들은 철스크랩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철스크랩 수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의 경우에도 철스크랩은 유일하게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이다. 자급률은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고, 100%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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