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공급 부족 원인은 모듈 라인 부족
“스마트폰용 OLED는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국내외에서 흥행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추가 투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소형 OLED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동률 우려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를 거래선으로 둔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실적 가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설비 증설에 신중한 모습이다. 시장 상황을 다각도로 지켜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시장은 중소형 OLED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는 공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애플도 내후년부터 아이패드와 맥북 등에 OLED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폴더블폰 수급난 원인은 OLED 패널 부족보다 모듈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어서 디스플레이 증설 가능성은 낮단 시각이 우세하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폴더블폰 생산을 위해 모듈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지만, 모듈 라인은 생산 역량이 800만~900만대 밖에 없다”며 “폴더블 OLED는 많이 팔린다고 해도 물건 자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증설보다 모듈 라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는 지난달 삼성전자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수요 대응을 위해 모듈 투자는 적기에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모듈 라인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1 울트라. /이미지=삼성디스플레이
갤럭시S21 울트라. /이미지=삼성디스플레이

OLED 가운데 스마트폰용은 이미 생산 여력이 충분하단 분석이다. OLED 패널이 활용되는 모델은 프리미엄 제품에 국한돼 있어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OLED 공급과잉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며 실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이 대표는 “플렉서블(Flexible·연성) OLED는 600~700달러 이상 고가 제품에 탑재된다. 리지드(Rigid·경성) OLED도 300~400달러 이상에 들어간다”며 “중저가까지 진출을 해야 시장이 많이 열린다. 13억대 전후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 제품은 5억대 정도밖에 안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 말고는 없다. 애플이 올해 1억대에서 내년 2억대로 늘려도 추가되는 물량을 삼성, LG, BOE가 나눠가질 것”이라며 “삼성은 스마트폰 쪽에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세계적으로 오버 서플라이(공급 과잉) 상태”라고 부연했다.

노트북과 모니터, 태블릿 PC 등 스마트폰보다 사이즈가 큰 OLED 패널 투자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인치 이상 패널은 기존 6세대로 공정할 경우 채산성이 떨어져 8.5세대 전환이 필요하지만, 애플이 뛰어들어도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A5 공장을 다 채울 수 있는 물량이 확보돼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시점은 2023년 이후로 예상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나 애플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현재 사용하고 있는 6세대 팹에서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대규모 물량을 필요로 하는 세트업체가 나오면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며 “그 시기는 2024년쯤으로 보고 있다. 장비 발주와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3년 정도에는 투자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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