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과, DNA백신 스프레이 제형 개발···“피내·비강 내 병용 접종해 효과 높일 것”
세계 최초 엑소좀 비강 분무형 백신 개발하는 씨케이엑소젠···“내년 하반기 출시 목표”
참고 사례 부족해 개발 어렵다는 우려도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사 제형에 이어 최근 경구용 백신 개발까지 성공하면서 백신의 제형 다양화에 나섰다. 이에 백신 개발의 후발주자인 국내 바이오업체들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제형 백신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제형 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프레이형 백신은 기존 주사 제형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장점에서 현재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부분 코 부위에 최초 감염돼 다량 복제된 후 감염을 일으키는 만큼, 코 점막에 직접 작용하는 비강 분무형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감염 예방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중국 등지에서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에선 자국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기반한 비강 분사식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DNA백신 개발사 진원생과, 비강 내 분무형 백신도 개발···“피내·비강 내 병용 접종 방식”
국내 바이오업체 중에선 진원생명과학이 가장 다양한 제형의 백신·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DNA 백신(GLS-5310)과 경구용 치료제(GLS-1027), 그리고 스프레이용 백신 및 치료제다.
진원생과는 지난 7월 현재 개발 중인 DNA백신 GLS-5310을 뿌리는 스프레이 제형으로도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상시험을 통해 DNA 백신의 피내 접종과 비강 내 분무 스프레이를 이용해 병용 접종한 후 백신 면역반응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진원생과 관계자는 “DNA 백신 접종을 위해 자체 개발한 피내접종기(Gene-Derm)와 코 부위에 분무 스프레이를 이용해 병용 접종할 경우 코 점막 내 면역 증진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라며 “코 점막 내 면역을 담당하는 IgA항체를 형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진원생과는 앞서 토끼를 이용한 효능 평가 연구에서 GLS-5310에 대한 코 분무기를 이용한 비강 내 접종과 피내 접종을 병용하는 실험을 통해 높은 수준의 IgA 항체의 생성을 확인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GLS-5310의 피내·비강 병용 접종에 대한 임상 1상을 승인받은 진원생과는 미국 내 3개의 임상기관에서 3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원생과는 스프레이용 코로나19 치료제도 함께 개발 중이다. 진원생과가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만성 축농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S-1200’의 임상 2상 IND를 승인 받았지만, FDA의 제안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을 변경해 IND를 다시 제출했다.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돼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GLS-1200은 총 225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128명에 대한 모집이 완료돼 현재 투여가 진행 중이다.
진원생과는 현재 2상 결과에 따라 스프레용 치료제 긴급승인사용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진원생과 관계자는 “비강 내 분무형 백신은 편의성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며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제형 변경을 통해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씨케이엑소젠, 세계 최초 엑소좀 비강 분무형 백신 개발···“2주에 한 번씩, 총 3회 분무하는 형태”
세계 최초로 엑소좀을 활용한 비강 스프레이용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도 있다.
엑소좀 플랫폼 전문 개발업체 씨케이엑소젠은 비강 분무형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한 주사형 코로나 백신 ‘CKV21’의 제형을 변형해 비강 분무형 백신으로 개발 중이다.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씨케이엑소젠은 세계 최초 엑소좀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로, 엑소좀을 대량생산하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인 엑소좀은 특정 신체기관에 정확히 전달돼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아 차세대 약물전달체로 떠올랐다.
씨케이엑소존은 2주에 한 번씩, 총 3회를 분무하는 형태로 백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무형 스프레이 의약품 제조 경험이 풍부한 국내 제약사 퍼슨과 공동개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퍼슨은 ‘빨간약’으로 잘 알려진 외피소독제 포비딘을 개발한 제약사다.
씨케이엑소젠은 최근 백신글로벌산업화기반구축사업단 동물실증지원센터에 의뢰해 임상시험을 위한 CKV21의 시료를 대량생산했다.
씨케이엑소젠 관계자는 “현재 백신글로벌산업화기반구축사업단에서 생산되는 세계 최초 엑소좀 기반 코로나19 백신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공여백신으로 제공될 것”이라며 “순수 국내기술로 안전성이 보장된 새로운 플랫폼으로 K-백신의 우수성을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 9월 스프레이형 백신 개발 계획을 밝혔다. KIST 관계자는 “현재 타 기관들과 협력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며 “컨소시엄 구성과 함께 내년 상반기 착수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설명했다.
◇ 성공 사례 없어 개발 어렵다는 우려도···범정부委 “백신의 제형 다변화 위해 지원책 구상”
이처럼 여러 국내 업체들이 스프레이형 백신 개발에 속속 착수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 사례가 없는 만큼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프레이형 의약품은 아주 많지만, 이를 백신 형태로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면, 정부 지원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주헌 코로나19치료제·백신개발범정부지원위원회 총괄팀장은 “최근 주사 제형, 경구용에 이어 스프레이 제형까지 다양한 제형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기업들이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해온다면 즉시 지원책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