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일 사용분 확보, 장기화 시 공사 중단 불가피
요소수 따라 자재 운반 가격 올라···원가 상승 우려
정부, 중국서 요소 1.8톤 수급···도입 시점 불투명

9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요소수 대란 우려가 건설 현장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국의 아파트는 물론 도로·교량·상하수도 건설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현재 10~30일분의 요소수를 확보해 당장 문제는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중국 등 주변 국가로부터 긴급 공수에 나섰지만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건설 현장에선 레미콘, 트럭, 굴삭기 등 중장비 운용으로 요소수 수요가 많은 편이다. 국토부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건설 현장에서 운용하는 건설기계는 53만여대 중 요소수를 사용하는 장비는 33%(17만6000여대)에 달한다. 요소수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건설 현장에 필요한 제조와 운반 등 전 과정에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미리 확보해 놓은 요소수가 있어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는 피할 것으로 봤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부터 레미콘∙시멘트∙건자재 등 협력업체에 요소수 선확보를 요청해 이달 중순에서 말까지 사용할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한 달 치 요소수를 확보하고 협력업체에 요소수가 들어가지 않는 건설장비로 교체를 권고하는 등 공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분량이 10~30일 사용분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두 달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파트 현장의 경우 사태가 장기화되면 입주 시기 연장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입주 시기가 미뤄지면 건설사들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입주지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요소수 가격 급등으로 인한 현장 원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요소수 가격은 지난달 10리터 당 1만원 내외였지만, 최근 품귀 사태 이후 10만원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자재를 운반하는 덤프트럭이나 레미콘에 요소수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자재 운반 가격도 치솟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현장 원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일부 현장에선 요소수 품귀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7~8일 조합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32.4%가 요소수 문제로 장비를 가동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직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3.5%였다.

정부가 부랴부랴 요소수 수급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오늘 중국이 한국 기업들과 기계약한 요소 물량 1만8700톤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 추정으로 국내 소요량의 3달치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요소수 대란이 완화될 것으로 하고 있다. 다만 도입 시점 등이 정해지지 않아 제때 요소수를 공급할 수 있을 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호주산 요소수 2만7000리터와 베트남에서 차량용 요소 200톤을 도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하지만 그 양이 하루 치에 불과한 양이어서 정부의 안일한 뒷북 대책에 대한 비판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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