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고지서 발송에 유주택자 세금폭탄 불안···집값 안정 취지 못 살린단 비판
“부유세 전환·재산세 통합 중 결정해야”···전면 폐지엔 ‘이중과세’ ‘불공정’ 이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달 고지되는 종합부동산세가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아 전면 손질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로 전환하거나 재산세와 통합해야 한단 주장과 함께 과세 성격상 이중과세라 전면 폐지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현재 전체 자산가치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부세를 부채를 제한 순수 자산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단 조언도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하순 경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다. 올해는 정부 정책 영향으로 다주택자나 1주택자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과세 고지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상승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겹치면서 공시가격이 크게 뛰었고 올해부터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도 기존 0.6%~3.2%에서 1.2%~6.0%로 올랐다. 여기에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정시장 가액비율도 지난해 90%에서 올해 95%로 상향했고, 내년엔 100%로 오른다.
종부세는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컸다. 재산세와 이중과세 논란이 있었고, 무엇보다 종부세법 1조에 명시된 부동산 가격 안정이란 본래 목적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단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관련 제도가 너무 급격하게 조정된 면이 있단 지적을 내놓는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유자들한테 유리한 건 아니란 메시지는 분명하게 줬다”며 “다만 집주인 입장에선 자신들이 집값 올린 것도 아닌데 세 부담이 늘어나다 보니니 억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과 교수는 “과거 위헌 소송에서 각하되긴 했지만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이중 과세 성격이 있고, 최근 조세 부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조세 저항이 우려된다”며 “세율 뿐 아니라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함께 적용되면서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조세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 종부세에 대한 전면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의 세부담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으로 종부세를 납부하는 대상이나 세액을 봤을 때 과도하다 보기 어렵단 분석도 있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종부세 기준이 12억원으로 올랐는데 부부가 공동 소유하면 24억원이란 얘기고 이것도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이라며 “여기에 공정가액비율을 곱한단 점을 감안하면 12억원 커트라인에 걸리는 사람은 부부가 공동 소유했을 경우 30억~40억원인 집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표준 12억에 걸리는 집은 종부세로 몇십만원 정도를 낼 텐데 그걸 과하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과한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거래세는 낮춰주는 조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둘 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거래 절벽과 집값 상승이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조 교수는 “거래는 자유롭게 하되 집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쭉 지켜온 원칙인데 이번 정부는 양도세, 취득세까지 대폭 강화했다. 장기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으며 소득이 없는 1주택자에 대해선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감면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집 한 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며 “기본적으로 종부세는 이중과세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균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세금은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 기준으로 비율에 맞춰 부과하고 현실화율까지 높이면 집주인은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게 된다. 세금을 벌금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조 교수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율은 법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세율을 적용하는 기초인 과표를 행정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큰 의미에서 위헌적 요소가 상당히 있다”며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간 균형을 맞춰 제도의 본 모습을 찾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종부세는 최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로 가든가 재산세에 포함돼야 한단 조언이다. 조 교수는 “종부세가 과세되는 양상을 보면 부유세, 증오세인데 이 방향을 유지하려면 과세 대상을 극소수 부자에 한정해야 한다”며 “그럴게 아니면 재산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종부세는 부채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자산 총액에 대해서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순수 재산이 5억원인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15억원 집을 산 사람이 현금 만으로 12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보다 종부세를 더 많이 낸다. 이에 부동산 외에 주식 등 다른 자산도 다 포괄해 부채 부분을 뺀 순수 자산에 대한 부분만 과세하는 순자산세로 종부세를 대체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지금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방지 수단인지, 재산세 역할을 하는지 역할이 애매하다”며 “종부세가 사실상 투기에 대한 가격 안정화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순자산을 기준으로 과세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총자산이 아니라 자기가 지고 있는 부채를 차감한 액수에 대해서 과세하는게 타당하단 것이다.
종부세가 원칙적으로 경제 기본 원리에 반하는 부분들이 있으며 정상적인 과세 항목이 아니란 진단이다. 조 교수는 “비상시국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것들을 일상화시켜서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왔다”며 “그러다보니 거래도 안되고 가격은 올라가는 비극을 맞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과 기타 소득 및 자산에 대한 과세에 있어 균형이 필요하고 부동산 자산 안에서도 토지나 주택 등 물건에 따른 과세 형평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종부세 등 지나치게 주택에 집중해 세 부담을 지우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를 대체하는 게 아닌 전면 폐지를 놓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서 교수는 “종부세의 전면 폐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 폐지로 인한 공백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종부세를 감면하더라도 보유세가 있어 집값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종부세 대체가 아닌 폐지는 안된다. 유주택자들은 종부세가 과도하다는데 이는 지나친 주장”이라며 “소득을 가진 사람을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자산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다면 불공정한 것이다. 물론 자산은 바로 현금화할 순 없지만 대신 납부유예와 과세 이연을 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