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고갈되는 동해가스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첫 실증사례 될 것”
포스코·SK이노베이션도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에 투자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대용량으로 저장해 탄소감축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특히 철강·화학업계에서도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CUS 기술의 필요성과 추진전략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는 CCUS 기술 상용화를 위한 계획을 논의했다.
CCUS는 에너지 개발 및 산업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안전하게 저장하고, 나아가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소재 등으로 활용하는 융합기술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활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효율적인 저장을 위해 유체 상태로 만든 후 지하 또는 해상 심부 지층의 800m 보다 깊은 지점에 주입한다. 이렇게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땅 속에서 광물화되면서 영구 보존된다.
CCUS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최근 정부는 NDC를 2018년 탄소배출량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다. 정부의 탄소중립 플랜에 따르면, CCUS를 통해 2030년까지 전체 감축량 대비 약 3.5%(약 1030만 톤), 2050년까지는 7.5~11%의 수준까지 이산화탄소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탄소감축 기술 중 단일 기술로서는 가장 많은 탄소감축에 기여한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권이균 K-CCUS 단장은 “CCUS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10~25%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한국은 지리적인 이유로 저장소 발굴에 제약이 있는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10% 정도로 감축 목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CCUS 상용화를 위해서는 저장 기술 개발이 관건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권 단장은 “현재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이미 상용화 수준이나 상용화 초기 단계”라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대규모로 저장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2022년에 생산 종료 예정인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2025년부터 연간 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2028년까지 인근 저장전을 발굴해 연간 100만 톤급 저장소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국내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 첫 실증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범희 한국석유공사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은 “동해가스전은 고갈가스전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소 유출 위험이 매우 적다. 기존에 시추·생산 과정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지진 유발 문제도 없다”며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 첫 실증사업을 조기 실현한다는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화학업계도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투자 중이었다. 포스코의 경우 한국조선해양과 함께 액화이산화탄소(LCO₂) 운반선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포스코의 최대 원료 공급사인 브라질 BHP 기업과 CCUS 기술 공동 개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특히 포스코는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운반하고 저장할 수 있는 강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하나 심해에 안전하게 탄소를 저장할 수 있도록 저온이나 고압을 견뎌낼 수 있는 강재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도 정부와 함께 서해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 발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동해가스전처럼 서해에도 이산화탄소 대규모 저장에 적합한 장소를 발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SK에너지는 포집 기술에, SK어스온은 저장 장소를 발굴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CCUS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우선 회사가 할 수 있는 영역에 참여 중” 이라며 “우선 석유개발 사업을 통해 얻은 기술로 탄소 저장 장소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CCUS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일수 SK이노베이션 상무는 “CCUS는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업을 통해 기술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허브 앤 클러스터(herb&cluster)’처럼 국가가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기업들이 들어와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세제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바탕으로 정부가 이 분야를 이끌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