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가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청구···정신감정, 재판부 결정에 상당한 영향
먼저 감정 의뢰한 3개 병원 모두 거절···사건 절차 지연되자 감정 촉탁 결정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한정후견 사건 정신감정이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분당 서울대병원을 감정병원으로 지정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단독50부(이광우 부장판사)는 최근 분당 서울대병원에 조 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을 촉탁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한정후견 사건 청구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재단 이사장 측이 감정을 희망했던 병원이다. 사건 초기 당사자별 이견이 있어 감정 병원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재판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감정이 진행되지 못했고, 재판부는 결국 분당서울대병원에 감정을 의뢰하게 됐다. 의뢰를 받았던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아주대병원은 진료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정 촉탁서를 반송한 바 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이사장 측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점, 정밀 입원 감정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 감정 결과에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지정 요청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조 회장이나 나머지 당사자들도 원활한 사건 진행을 위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정후견은 사건본인(이 사건의 경우 조 회장)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시된다.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지만, 상대적으로 경미한 경우 한정후견인이 지정될 수 있다.
재판부는 사건본인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고, 정신감정을 결정했다. 조 회장은 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신감정에 동의했다. 정신감정 결과가 재판부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조 이사장이 자신의 아버지인 조 회장에 대한 후견개시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조 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 전 지분 매각을 통한 승계 결정을 내린 게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청구가 인용될 경우 조 회장의 주식 매각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의 경우 조 사장 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