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바이오센서, 브라질 진단업체 에코사 인수···“남미 시장 확대해 글로벌 시장 공략”
씨젠도 M&A 준비 중···“국내외 전방위적으로 고려”
“어떤 질환이든 진단시약 개발 가능한 플랫폼 개발할 것···분자진단 생활화 앞장”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국내 진단키트업체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이 최근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 호황을 누리면서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이들 업체는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다양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D바이오는 브라질 진단업체 에코 디아그노스티카(이하 에코사)의 지분 100%를 47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에코사는 150여개 진단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업체로, SD바이오 제품도 취급하고 있다. 올 상반기 브라질 전체 진단 업계 매출 2위를 기록했고,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매출로는 1위를 차지한 만큼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특히 남미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질은 보건시장 규모도 세계 8위로 비중이 크다. SD바이오는 이번 인수합병(M&A)으로 브라질에 거점을 두고, 남미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D바이오 관계자는 “에코사가 이미 자사 제품의 제조·생산·유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과 판로 확보에 이점이 있다”며 “현지에서 제품 등록을 하게 되는 만큼, 지금보다 진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D바이오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신속항원진단키트 ‘스탠다드 Q’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현재 신제품인 현장분자진단 장비 ‘M10’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된 M10은 기존 2시간 이상 소요됐던 검사 시간을 20~60분으로 단축한 업그레이드 장비로, 정확도 역시 높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M10 장비는 모니터(콘솔), 모듈, 카트리지를 각각 승인받아야 하는데, 아직 국내 식약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SD바이오는 글로벌 진단키트 1위 회사인 로슈와의 계약 체결로 미국·유럽 시장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혈당측정기 제조업체인 유엑스엔(UXN)에도 400억원 지분 투자로 신사업 확장 작업에 한창이다.

현장분자진단기기 M10. / 이미지=SD바이오센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 단위 실적이 점쳐지는 씨젠도 M&A를 통한 규모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성우 부사장 영입으로 업계에선 씨젠의 M&A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씨젠 관계자는 “M&A 전문가를 영입한 만큼, 현재 자사와 최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니 현재 국내외 전방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젠은 플랫폼 기업화를 통해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전염병을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신사업 전략도 내놨다.

지난달 국제임상화학회에 참석한 천종윤 씨젠 대표는 진단시약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 분자진단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이 필요한 진단시약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어디서나 검사가 가능한 분자진단의 생활화를 앞당기려는 취지다.

씨젠 관계자는 “플랫폼 개발은 다양한 질병을 대상으로 한 진단시약 라인업을 크게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젠은 이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 각국에서 박사급 인재 100명을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씨젠은 지난 9월 람다 변이를 찾아내는 신개념 진단 시약 ‘Novaplex™ SARS-CoV-2 Variants Ⅴ Assay’ 출시에 이어 뮤 변이 진단 시약을 출시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대비를 위해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진단하는 신제품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씨젠 관계자는 “앞으로 경구용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나올 텐데, 변이 바이러스 선별도 중요하지만, 코로나와 독감을 구별할 수 있는 진단도 필요하다”며 “여기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씨젠
/ 이미지=씨젠

이러한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M&A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확대는 가능해도, 사업을 다각화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업계의 바이오 부문 연구원은 “현재 상황으로 봐선 진단키트의 수요가 향후 1~2년간 지속될 텐데, 국내 업체들은 혼자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SD바이오나 씨젠과 같이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업체들에게 M&A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단순 시장 확대를 위한 M&A는 수월할 수 있지만, 사업다각화를 위해 시너지를 낼 기업을 찾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