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실 미만 오피스텔 청약 과열···서버 마비 되기도
전매·통장 규제 없어···당첨 되면 웃돈 받고 매매
“환금성 떨어지고, 금리 인상 가능성···투자할 때 신중해야”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규모 공급물량 여파로 오피스텔 수익률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여기에 대출규제로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청약 열기가 오피스텔로 번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실수요와 차익을 보려는 단타 수요까지 몰리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피스텔 시장에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전매 제한 등 규제가 느슨해 실거주 목적은 물론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청약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최근 공급한 ‘신길 AK 푸르지오’ 오피스텔 청약은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1312대 1로 마감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78㎡ 타입으로 구성된 1군에서 나왔다. 83실 모집에 11만1963명이 몰려 경쟁률 1349대 1을 기록했다. 이곳은 신청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대구 서구 두류역 인근에 공급되는 오피스텔 ‘두류역 자이’ 청약 현장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3∼4일 '자이'(X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약을 받은 결과 86실 모집에 5만8천261명이 신청해 평균 677.5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곳은 전용 84㎡ 단일 면적의 오피스텔이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2일 청약 접수에 12만4426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1398대 1(89호실 분양)까지 올랐다. 지금까지 공급된 오피스텔 중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이다. 옛 삼성SDS 부지에 1개 동, 지하 8층~지상 29층 규모로 조성되는 이 오피스텔은 분양가격이 최저 15억4200만원에서 최고 22억원에 달하지만 높은 가격도 청약 열기를 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분양 가뭄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실거주 가능한 중형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고 있단 분석이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아 청약에 따로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갈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아파트 담보 대출과 달리 오피스텔은 아직 70%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적용을 받기 때문에 분양가 마련 부담도 덜하다.

특히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웃돈을 챙기려는 단타 수요까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쟁률이 높았던 세 오피스텔 공통점은 100실 미만이란 점이다.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재 제한이 없다. 당첨만 되면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명의 이전이 가능하다.

또 청약에 주택 소유 여부도 따지지 않고,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기에 취득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청약 점수가 낮고 자금이 부족한 20·30대는 물론 단 몇천만원이라는 웃돈을 챙기려는 수요가 몰려 청약이 과열되고 있단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오피스텔을 투자용으로 무작정 접근했다가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팔고 싶을 때 못 팔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당장 거주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추후 매도 시 환금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시중 은행 금리가 ‘6%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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