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 찾아 SK,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민간 외교역할 수행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미국과 유럽을 연달아 찾으며 민간 경제외교 역할에 나섰다. SK회장과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두 자리의 몫을 함께 맡으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최태원 회장은 3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한-V4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후 처음 주최하는 해외 비즈니스 행사였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 안은억 GC녹십자MS 대표, 정원정 기아차 전무(유럽총괄), 이영직 삼성전자 상무(헝가리 생산법인장)도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대한민국 재계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해당국가들과 가교 역할에 나섰다. 최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이러한 흐름에 맞춰 양측 기업인들도 경제적 번영과 함께 사회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며 “최근 V4(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지역에서 한국기업의 그린 모빌리티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인류의 공통의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이하 현지시간)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장인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한 뒤 곧장 향한 출장길이었다.
그는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양당 지도자들을 만났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 등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널 대표는 상원의원으로 37년째 원내 대표로 15년째 재임 중인 ‘공화당 서열 1위’의 거물 정치인이다. 클라이번 의원 역시 민주당 하원 서열 3위의 유력 정치인이다.
최 회장은 또 테네시 주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을 만나 “SK온이 이미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포드(Ford)와 합작해 켄터키, 테네시 주에 2027년까지 설립하기로 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3개 주에서 모두 1만1000여명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미 의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과 포드는 최근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 주와 인접 테네시 주에 총 114억 달러(약 13조3000억원)를 투자해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GWh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SK온은 이 중 44억5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SK 배터리 사업이 미국 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향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생태계(Ecosystem) 구축 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지역 대학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재계 단체장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룹 경영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한창 경영에 매진해야 할 때인 최 회장의 행보에 더욱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단체와 자신의 기업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 균형감만 잡는다면, 재계 단체장이라고 해도 자신이 몸담은 기업 총수의 역할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