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우리은행 종합검사 중단···정은보 금감원장, 검사 제도 대폭 개편 예고
종합검사 폐지시 이전 결과들에도 간접 영향···금융위 징계 경감 여부 주목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사와의 전쟁’을 감독 기조로 삼았던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의 대표 정책인 ‘종합검사’가 전면 개편될 예정이다. 윤 전 원장에 이어 금감원장에 오른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달 진행할 예정이었던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유보하고 검사·제재 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감원의 이러한 기조 변화는 사모펀드 관련 제재를 앞두고 있는 금융사들과 금융위원회에서 장기간 계류 중인 삼성생명 종합검사 징계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은보 금감원장 “종합·부분검사 보완 방안 논의 중”···사전적 예방에 중점
3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달 15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돌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금감원은 올해 우리금융을 포함해 동양생명, KB손해보험 등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유보 결정으로 사실상 올해 금감원의 종합검사 일정은 이대로 끝나게 됐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중단한 이유는 감독·제재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정 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금융사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서자 시장에서는 종합검사가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다수 제기돼왔다. 종합검사는 지난 2015년 이후 폐지된 제도였지만 윤 전 원장이 취임 후 부활시켜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등 다양한 금융사들이 검사를 받았으며 한화생명은 검사 결과에 따라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먼지털기식’ 고강도 검사와 과도한 징계로 금융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은 최근 내부 테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검사·제재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만약 종합검사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더라도 검사 기조는 기존 ‘사후적 처벌’에서 ‘사전적 예방’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은 3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자리에서 “검사 업무를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며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검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이후 취재진들과 만나서도 “(종합검사가) 지금 단계에서 폐지라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검사를 중심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로 논의가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은 코로나19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후 적절한 시기에 차질 없이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사 제도 개편 작업은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검사 부담 줄어···이전 검사 결과, 과잉 제재로 비춰질 수 있어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검사 제도가 개편될 경우 종합검사와 사모펀드 제재를 앞두고 있는 금융사들의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이달 말 사모펀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으며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종합검사 대상에 포함돼 중금리 대출 취급 현황 등을 점검받을 예정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윤석헌 전 원장의 대표적인 정책이다보니 정은보 금감원장이 빠르게 전임 원장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나서는 것 같다”며 “이미 종합검사를 받은 금융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겠지만 금융권 전체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만큼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개선 요구들이 있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폐지가 되지 않더라도 검사 규모가 축소되고 검사 수위가 낮아지면 금융사들의 부담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은 삼성생명의 최종 징계 수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금감원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미지급’과 ‘삼성SDS 부당 지원’ 등을 이유로 금융위에 중징계를 건의했으나 금융위는 10개월이 넘게 징계안을 확정짓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삼성 봐주기’, ‘고의적 시간 지연’이라는 비판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빠른 결정을 촉구했으며 고 위원장은 “법적인 이슈가 있어서 더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만약 금감원 종합검사가 불과 3년만에 폐지될 경우 윤 전 원장 시절 단행했던 종합검사의 결과들 역시 과잉 제재로 여겨져 다소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이미 지난달 8일 금융위의 자문기구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보험사의 지연배상금 미청구가 자산의 무상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SDS에 부당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징계 경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완전 폐지된다면 그 이전의 검사 결과들도 어느정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도한 검사로 인한 결과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생명의 징계 수위뿐만 아니라 동일한 내용으로 현재 진행 중인 한화생명의 행정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