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 지난달 사실상 1000만 돌파
업계 “이통사 자회사 공 인정해야”···국회선 이통사 사업 철수 주장
“알뜰폰 도입 취지는 가계통신비 인하···중소사업자 지원책 마련이 해답”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로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원용 KB국민은행 MVNO 사업단 본부장, 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로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원용 KB국민은행 MVNO 사업단 본부장, 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알뜰폰 가입자 1000만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중소업체는 생존을 걱정한다. 이동통신3사 자회사가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중소업체는 통신상품의 기본인 요금설계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중소업체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전월 대비 1만3409명 증가한 992만1466명을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 무약정 등을 무기로 알뜰폰 업계가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1000만 가입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가 국내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달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됐던 지난해도 9월 736만명에서 10월 898만명으로 급증한 바 있다.

알뜰폰업계에선 가입자 증가세에는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5개)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2010년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알뜰폰을 도입했지만 주로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효도폰’이란 이미지가 짙은 탓에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SK텔레콤, 2014년 KT, LG유플러스에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이통사 자회사들이 상품 다양화 및 출혈 경쟁 등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란 목적을 달성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현재 국회 안팎에선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에 대한 시각이 달갑지 않다. 이 시장에서 이통사 자회사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자 이통사 자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을 규제하자는 주장에 이어 최근 이통사 알뜰폰 사업 철수 주장까지 나왔다.

알뜰폰업계는 소비자 관점에서 이통사 자회사 간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는 긍정적임에도 시장 상황이 ‘대기업 대 중소기업’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억울하단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시장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알뜰폰 시장을 규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펼쳐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알뜰폰 시장이 과연 중소사업자 육성을 위한 시장인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하란 것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시장 초기부터 가격으로 승부했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더더욱 신뢰도 높은 브랜드 위주로 가입하다 보니 가입자가 (대형 사업자로) 몰리게 된 것”이라며 “그로 인해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고 커지고 있다 보니 과기정통부에서도 암암리에 (과당경쟁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시점에선 정부가 이 시장이 중소사업자 육성을 위한 시장인지 등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통사에 대응하는 시장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카카오 등도 찔러보기식 진출을 안 할 텐데, 지금은 경계가 모호하다 보니까 더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알뜰폰업계는 섣부른 이통사 자회사의 철수보단 중소사업자들이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요금제 설계 등 작업을 하려면 자체 전산망을 갖춰야 하는데, 알뜰폰 사업자 중 자체 전산망을 개발한 곳이 거의 없다. 전산망이 없다 보니 흔히 말하는 시장 파괴적인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프로모션을 등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중소사업자들이 이통사 자회사들이 시장을 떠난 후에도 지금처럼 가입자 확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통신 시장에선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만들어 내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요금제 구성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자생력을 높여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나름 애를 쓰고는 있지만 대부분 이통3사의 빌링 시스템을 빌려서 하는 상황에선 자생력 강화가 쉽지 않다.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도입 취지가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 및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등 이용자 편익 확대인 점을 고려해 알뜰폰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매제공의무제도 일몰을 연장하는 한편 도매대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우체국 알뜰폰 위탁판매, 알뜰폰허브 사이트 운영 등 유통망 확대 지원, 단말기 공동조달, 전파사용료 차등감면, 알뜰폰 전용카드 출시 등의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