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올해 1~10월 수출액 455만5천만달러로 자동차 넘어서
자동차 수출액 반도체 수급난으로 수크게 줄어
“석유·화학제품, 전체적인 수요 물량 늘어나 당분간 호조세 전망”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이 올해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겼다. 최근 8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수출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기존의 수출 양대산맥 중 하나였던 자동차가 부진한 부분을 석유·화학이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5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최고 기록인 지난 9월의 558억3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나아가 올 1~10월 누적 수출액은 5232억달러로 역대 최단기 5000억달러 돌파 기록도 세웠다. 이대로면 연간 수출액은 6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0월의 수출 실적에는 석유·화학제품의 선전이 눈에 띈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5% 증가한 4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도 전년 동기 대비 138.1% 증가해 39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으로만 보면 반도체가 111억7000만달러로 가장 크지만,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 상승세는 최근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제품과 석유제품은 각각 10개월, 8개월째 연속 두 자릿수 수출액 증가율을 보였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증가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전방산업의 수요가 급증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 유가의 경우 2020년 4분기에 배럴당 21.1달러에서 올해 1분기 60.7달러, 2분기 67달러, 3분기 71.7달러에서 올 10월에는 81.6달러까지 급등했다.
또 전방산업 회복에 따른 수출 물량이 확대된 영향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전방산업의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폴리염화비닐(PVC)은 건설경기 확대로 인한 매출 증가세를 보였고, ABS도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특수라고 할 수 있는 위생 분야에서는 라텍스(NBL) 수요가 증가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견인으로 견조한 수익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 자동차 넘어서···호조세 당분간 이어질 듯
한편, 자동차의 수출규모는 줄어들었다. 올 10월 자동차 수출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4.7% 하락한 3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차부품도 1.2% 하락해 1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발표한 10월 글로벌 판매실적도 57만7528대로 작년 동월(73만1389대)보다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을 이끄는 양대산맥이다. 그러나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자동차의 수출규모가 크게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확실히 올해는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이 가장 크다.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에 따라 예년 규모로의 회복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석유·화학제품의 올해 전체 수출액 규모는 자동차를 넘어섰다. 올 1~10월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455만5000만달러,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229억4200만달러였다. 석유·화학제품은 올해 최초로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넘겼다. 한편 올 1~10월 자동차의 누적 수출액은 381억2500만달러, 차부품은 188억2600만달러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해도 올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2020년 연간 수출액을 보면 석유화학제품은 355억달러, 석유제품은 242억달러였다. 자동차는 374억3000만달러, 차부품은 186억7000만달러였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뿐 아니라 수급 물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운송비의 측면에서 봐도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기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도 “유가 전망도 좋고, 다른 나라 전방산업 수요 회복세가 크다. 내년 초까지도 석유·화학제품 좋은 흐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제품이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성은 있겠지만, 더 장기적으로 봐도 국내 석유·화학 분야의 수출규모는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