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수료 건당 30원에서 40원으로 인상
인터넷업계 “이통사, 독점적 지위 이용해 고객 정보로 장사”

최근 5년간 이동통신3사 본인확인서비스 처리 현황 / 자료 =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최근 5년간 이동통신3사 본인확인서비스 처리 현황 / 자료 =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본인확인업체 추가 지정에 소극적인 동안 이 시장을 독점하는 이동통신3사가 5년 동안 3000억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통3사는 본인확인 건당 수수료도 지난해 30원에서 40원으로 올렸다. 인터넷업계는 균형이 깨진 이 시장에서 수수료를 올리면 올리는대로 낼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또 다른 명목의 수수료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본인확인 시장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7년~2021년 9월) 이통3사 본인확인서비스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본인확인서비스로 모두 79억2300만건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통사별로 보면 SK텔레콤 35억7100만건, KT 23억1600만건, LG유플러스 20억3600만건을 처리했다.

본인확인서비스 처리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처리 건수는 지난 9월말 기준 18억7100만건이다. 올 연말까지 총 누적건수는 지난해 19억5200만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본인확인서비스는 사이트 가입이나 금융상품 개설 시 이름, 성별, 휴대폰 번호 등을 입력하는 인증 절차다. 이통3사의 본인확인 서비스 '패스(PASS)'에 개인정보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거나, 가입자 휴대폰으로 온 문자 인증번호를 입력해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방통위 심사를 거쳐 승인받은 본인확인기관만 할 수 있다.

현재 이통3사와 아이핀, 신용카드사 등이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인터넷사업자들이 방통위에 본인확인기관 추가 지정 심사를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방통위는 3사를 추가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비실명 계정 소유자와 본인확인 명의자가 같은지를 검증할 수 없어 계정 탈취 및 명의도용 우려가 있다는 게 방통위 판단이다.

인터넷업계는 사실상 방통위가 이통3사의 본인확인서비스 시장 독점력을 강화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이통3사는 이 시장의 98%가량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 8월말에서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를 12가지 사항의 개선 완료를 조건으로 본인확인기관으로 신규 지정했지만, 연말까지 개선을 완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다시 이통3사 중심의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본인확인서비스를 통한 이통3사의 수익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사업자에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건당 수수료’는 40원대에 달한다. 이를 통해 관련 수익을 추정해 보면, 이통3사가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거둔 수익은 3169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통사별로 보면 SK텔레콤이 1428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KT 926억4000만원, LG유플러스 814억4000만원 등이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본인확인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반면, 본인확인기관이 아닌 곳은 매년 이통사에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내면서도 서비스 가입 단계부터 이통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인터넷사업자들은 이통3사에 연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3사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건당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문자방식의 본인확인서비스 건당 수수료를 30원대에서 40원으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송금, 결제 등 비대면이 일상화됨에 따라 본인확인 인증 수요가 늘면서 본인확인서비스 처리 건수가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당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장사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건당 수수료를 매번 인상하는 것이 아닌 개발비, 운영비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책정하고 있단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건당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올린 것은 아니다. 수수료는 내린 적도 올린 적도 있다”며 “결국 수수료도 정책이다 보니 PASS 앱 서비스와 문자 기반의 인증 서비스를 개발·운영 등 시장 상황에 맞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확한 가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적어도 LG유플러스 기준 나이스신용평가, KG모빌리언스 등 9개 대행사에 서비스를 넘기고 받는 서비스 공급 원가는 최근 몇 년간 변동하지 않았다”며 “40원의 건당 수수료는 대행사가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가격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은 개인정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개인정보 관리에는 소홀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개인정보위원회는 LG유플러스가 수탁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1160만원의 과징금을, 고객정보시스템 접근통제를 소홀 행위에 대해선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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