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순이익 84억원 ···출범 4년여 만에 첫 연간 누적 흑자
여수신 성장에 이자이익 늘었지만···예대율 50.2%에 불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케이뱅크가 지난 2분기 분기 첫 흑자 달성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이익 규모를 더 키우며 처음으로 연간 누적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신액 증가세에 비해 수신액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이 하락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2일 케이뱅크는 올 3분기 약 168억원의 잠정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123억원)과 2분기(39억원)의 손익을 감안하면 3분기까지 연간 누적 이익은 84억원으로 출범 이후 4년여 만에 누적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폭이 확대된 배경에는 여수신 증가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 및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 효과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 측에 따르면 지난해 말 219만명이었던 케이뱅크 고객은 3분기 말 기준 660만명으로 441만명 늘었다. 고객 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수신도 늘었다. 9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과 여신은 각각 12조3100억원, 6조18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8조5100억원, 3조1900억원 증가했다.
고객 확대로 저원가성 수신과 여신이 함께 늘며 예대마진도 개선됐다. 케이뱅크의 예대마진은 연초 이후 매달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3분기 예대마진은 지난 1분기 대비 0.24% 늘었다. 이에 따라 3분기 순이자이익은 5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억원)의 약 5배,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23% 늘었다.
업비트를 비롯한 제휴처 확대로 비이자이익도 3분기 8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6억원) 대비 111억원 증가했다.
여수신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와 가상자산 거래소 제휴로 거둔 비이자이익이 케이뱅크의 흑자전환을 이끌었지만 여전히 고민거리는 남아있다. 여신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증가하긴 했으나 수신이 그보다 2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예대율이 낮아진 탓이다.
실제로 9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50.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79.8%에서 29.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의 예대율이 90% 후반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은행권에서 매우 저조한 편이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한 예금 잔액 대비 대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예대율이 100%를 초과하면 들어온 자금에 비해 대출이 많았다는 의미로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예대율이 너무 저조해도 문제다. 낮은 예대율은 여신과 수신의 불균형을 의미하고, 대출로 거둬들이는 이자수익에 비해 예금 이자로 나가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측은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재개한 이후 1년 남짓 된 시점인 만큼 아직까지는 여신 규모가 조금씩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는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년 넘게 대출이 전면 중단된 이후 영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여신 규모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시기이며 고객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프로세스가 수신 채널로 먼저 유입돼 이후 대출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추후 다양한 대출 상품을 개발하면 예대율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원가성 수신의 경우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단기 국공채에 투자하는 등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저원가성 예금을 활용해서 추후 출시될 새로운 대출 상품을 승부수로 삼아 여신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