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진자 급증 대비해 글로벌 제약사 경구용 치료제 선구매···부작용 검증 우려 불거져
후발 주자로 개발 합류한 진원생과·제넨셀·압타바이오 등 국내 바이오업체들 주목
“타 치료제보다 높은 안전성과 효능 입증할 것···내년 조건부 허가 목표”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20만명 분을 선구매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개발 현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제약사들에 이어 경구용 치료제 개발의 후발 주자로 나선 국내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늦은 만큼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달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는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MSD,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벌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위드코로나 체제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것을 대비한 조치이지만, 일각에선 치료제의 임상시험 기간이 짧은 탓에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선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신풍제약, 종근당 등 국내 대형 제약사에 이어 후발 주자로 나선 국내 바이오 업체들에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 표=김은실 디자이너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1일 유럽의약품청(EMA)과 불가리아에서 현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S-1027’의 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2일 진원생과에 따르면 GLS-1027는 타 치료제처럼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아닌 과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 조절제로, 변이 종류와 무관하게 중증 호흡질환을 치료하는 게 핵심이다.

진원생과 관계자는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사멸시키는 치료제인 반면, GLS-1027은 과면역 반응인 사이토카인에 의한 신체 기관 손상을 방지하는 면역 조절제로 작용기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이뤄진 햄스터 실험에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베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렴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진원생과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이어 지난 7월 북마케도니아, 9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번 불가리아 승인으로 한국, 미국,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푸에르토리코 등 5개 국가의 12개 기관에서 132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진원생과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불가리아에서도 2상을 진행하는 만큼, 피험자 모집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국내 바이오 업체 제넨셀은 앞서 지난달 26일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ES16001’의 임상 2·3상에 대한 IND를 동시 승인받았다.

현재 제넨셀이 개발 중인 ES16001는 국내 자생식물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천연물 기반의 항바이러스제라는 특징이다. 다중 타겟 치료가 가능해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한다는 장점이 있다.

제넨셀에 따르면 지난 1상에서 생식독성, 유전독성 등을 확인한 결과 안전성이 입증돼 부작용 우려가 해소됐다.

당초 제넨셀이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하던 ES16001은 국내 임상 1상 완료 후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이에 제넨셀 연구팀은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한 기대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제넨셀 관계자는 “담팔수 기반 신소재의 대표 성분인 ‘제라닌’이 바이러스의 감염과 복제를 떨어뜨리고, 숙주세포 침입과 재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며 “이 점이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로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ES16001은 현재 글로벌 기업이 개발 중인 경구용 치료제보다 부작용도 적고, 약가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2상 진입을 준비 중인 제넨셀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 3개국, 인도 등 5개국에서 11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이 예정된 5개국 중 현재 국내에서만 IND를 받은 상태”라며 “이달 초 예정돼 있는 유럽의약청(EMA) 등 허가당국과의 사전미팅을 통해 대상자 모집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넨셀은 2상 결과에 따라 내년 초 조건부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상 투여를 시작한 업체도 있다. 올 3월 미국 FDA에서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2상 승인을 받은 압타바이오는 현재 미국에서 2상 투여를 시작했다. 미국 내 9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임상은 모집된 환자에게 순차적으로 투여가 진행되고 있다.

압타바이오가 개발 중인 치료제 ‘APX-115’는 염증 및 폐 섬유화 치료에 특화된 후보물질로, 변이 바이러스 증상 외에도 합병증에 대한 치료 효과까지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2상 투약 기간이 길지 않아 내년 1분기에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2상 결과에 따라 내년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CG-CAM20’를 개발 중이었지만, 지난해 7월 임상 2상을 승인받은 이후 현재까지 진행 상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현재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설계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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