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우성1차 건축심의 통과···“강남 재건축 반대 기조 깨는 신호탄”
한보미도, 신속통합기획 검토···선경, 추진위 인원 모집 나서
은마, 9월 기존 추진위원장 해임···새 집행부 맞아 속도낼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멈춰있던 재건축 사업이 하나둘 시동을 걸면서다. ‘대치우성·쌍용1차·쌍용2차’(우쌍쌍) 중 가장 속도가 더뎠던 대치우성1차가 조합 설립 4년 만에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대치동 대장으로 꼽히는 ‘우성∙선경∙미도’(우선미)도 재건축 사업 준비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드 공급’ 기조와 맞물려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우성1차’의 건축계획안이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대치우성1차는 은마아파트 길 건너편에 위치한 단지로 올해 준공 38년 차를 맞이했다. 2017년 1월 조합이 설립되며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4년이 흐른 오 시장 취임 이후에야 건축심의가 통과됐다. 업계에선 강남 지역 재건축에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기조를 서울시가 나서 깨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번 통과로 사업시행인가와 시공사 선정 등 향후 절차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치우성1차는 옆 단지인 ‘대치쌍용1∙2차’와의 통합재건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쌍용1∙2차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우쌍쌍’(대치우성·쌍용1차·쌍용2차)으로 불리는 세 단지가 통합재건축으로 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며 “다만 앞서 쌍용1차는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우성과 2차만 통합을 논의 중이었던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치동을 대표하는 우선미 단지 중 한 곳인 한보미도맨션도 재건축 사업의 물꼬가 다시 트인 모양새다. 한보미도맨션은 ‘미도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2017년 말 정비구역 지정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돼 3년째 재건축 추진이 멈춰있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방식을 제안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로 개발을 진행하고 서울시가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오 시장의 ‘스피드 주택공급’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한보미도맨션을 직접 찾아 주민들에게 사업설명회를 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한보미도맨션이 서울시의 제안에 관심을 나타낸 이유는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다. 신속통합기획 적용 시 통상 5년 소요되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2년으로 대폭 단축된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선 통합심의를 통해 소요 기간이 1년 6개월에서 9개월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 밖에도 기부채납 비율을 종전 40%에서 25%로 낮추고 50층 이상 층고제한 완화, 한강변 첫 동 층수 규제 예외 인정, 준주거지역 종상향, 비주거시설 비율 5%로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제안했다. 준비위는 주민 의견을 취합해 이달 중으로 서울시와 다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내 정비구역 지정이 목표다.
대치선경1∙2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 역시 준공된지 38년이 넘어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강한 편이다. 현재 2개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주차장 확장 사업을 이끈 인원들이 모인 ‘클린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인원들이 중심이 된 ‘선경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로 나뉘었다. 각 추진위는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위원 모집에 나섰다. 클린재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의 경우 지난달 강남 재건축 해결사로 유명한 ‘스타 조합장’ 한형기 조합장에게 사업 관련 자문을 얻기도 했다. 이 밖에 개포우성1∙2차도 재건축 사업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우성1∙2차는 지금까지 두 차례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민 간 이견차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이 밖에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도 새 집행부를 맞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은마에선 지난 9월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이 해임됐다. 현 추진위 체제에서 10년 간 100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도 재건축이 한 단계도 진척되지 않았다는 게 해임 사유다. 은마 소유주 모임인 ‘은마반상회’는 연내 추진위원장∙추진위원∙감사 등을 다시 선출하는 주민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은마는 대치동 중심부에 자리 잡은 4000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아파트다. 2003년 말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18년 째 답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