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수익 과세 시행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잇달아 발의···“가상자산 법적 정의 모호”
“주식시장과 형평성 문제···과세 시스템 구축 시기적으로 촉박”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컨설팅에 나서면서 내년부터 도입될 가상자산 과세 관련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기 위한 제도 기반이 여전히 허술하고 형평성 문제도 남아있어 과세 계획을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마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9곳 중 28곳을 불러 과세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참여 업체는 코인마켓 운영거래소 24곳과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4곳이다.
국세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컨설팅을 통해 소득세법에 따른 가상자산명세서를 작성하는 방법과 당국에 제출하는 절차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지방세 포함 시 22%)로 분리과세할 계획이다. 기본공제 금액은 250만원이며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을 적용한다. 내년 가상자산 거래에서 250만원을 초과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2023년 5월에 이를 신고, 납부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이같은 가상자산 과세 정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위한 법안도 여야 양측에서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관련 법안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윤창현·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각각 2023년, 2024년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과세를 1년 미루고 가상화폐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지난달 12일에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여야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가상자산 과세 관련 문제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과세 범위도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조명희 의원 측은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암호화폐의 종류, 금융상품으로서의 법적 정의도 모호한 상태에서 과세부터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세 기준을 금융투자소득세 수준으로 일단 완화하고 과세 시행일을 2023년으로 유예한 이후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불만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주식시장과의 과세 기준이 달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또한 과세 시점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정립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도 제도적 허점으로 남아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주식은 공제 금액이 5000만원인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기본 공제금액이 250만원에 불과하다”며 “투자 측면에서 보면 시장 성격이 비슷하고 과세 방향도 유사한데 가상자산 시장에만 기준이 더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 같은 경우에는 가상자산 시장보다 비교적 과세 시스템 정립이 잘 돼 있어 세금 징수가 더 수월할 수 있음에도 1년 유예기간을 줬다”며 “그에 비해 가상자산 시장은 과세 체계를 최초로 정립하는 거라 취득원가 책정 등 과세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아직 모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내년부터 무조건 징수하겠다고 하는 건 다소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