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대장동 의혹에 공급·개발이익 환수 방안 주목···“과거 정책, 집값 안정 도움”
“양도세, 주택 수 기준 대신 최고세율 적용 필요”···“공급, 시장 자율적 기능 강화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집값 상승과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해법으로 과거 1980년대 말 시행했던 개발이익 환수와 과감한 공급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 정책이 대체로 적절했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도 토지공개념의 기본 철학을 제대로 실현한다면 부동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의 공급 대책은 한계가 있어 시장의 자율적 기능과 조화를 맞춰야 한단 지적도 제기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집값 불안과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대책으로 3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공급 확대와 토지공개념이 담긴 개발이익환수 강화를 추진하거나 거론하고 있다. 이는 과거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유사하단 분석이 나온다.
당시 우리나라는 저금리와 저물가, 원화 약세로 인한 경제 호황의 여파로 부동산 투기 열품이 몰아쳤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한 해만 서울 집값이 24% 폭등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사회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대책으로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와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를 골자로 한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또 주택 200만호 건설이란 대대적인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개발에 착수했다.
이러한 정책은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단 평가다. 1991년을 기점으로 집값은 하락세로 반전했고 1990년대 말까지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단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하고 신도시 공급을 추진한 건 의미있는 대책이었다고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당시 신도시 정책은 적절했다. 주택공급이 70~80%에 불과했기 때문에 주택을 공급하는 건 당연하다”며 “토지공개념으로 분양을 받은 뒤 매매차익만 노리고 파는 것을 규제하는 공한지세를 시행한 것도 당시 상황에선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공급을 필요로 할 때 다양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토지공개념도 당시 부동산 시장이 과도한 이익을 창출하는 측면이 있어 시세 차익 혹은 개발 부분을 공공의 이익과 균형이 될 수 있도록 조정한단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교적 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정책들 덕분에 90년대 내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며 “다만, 보유세 강화를 제대로 못하는 등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 정부와 뒤를 잇는 김영삼 정부도 초반엔 과표 현실화 계획을 거창하게 내세웠지만 나중엔 유야무야됐다”며 “토지공개념을 얘기하면서도 핵심 분야에서는 제대로 정책을 펼치지 못했단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토지공개념은 헌법재판소가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부담금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무력화됐다. 하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정책에 적극 반영하잔 입장이라 제도 부활 가능성이 점쳐진다.
토지공개념 철학을 확실하게 반영한다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무작정 높일 수는 없기에 미국의 절반정도인 실효 세율 0.5% 정도라도 강화해야 한다”며 “보유세가 너무 약해 수시로 투기가 일어날 여건이 마련돼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주택 수 기준으로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는 주택 매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상황이라 최고 구간을 정해 세율을 60% 정도 부과하는 방안으로 개편해야 한단 주장도 제기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LH 사태 등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불로소득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전 교수는 “지금 개발부담금이 너무 내려갔는데 50% 정도는 부과해야 한다”며 “과거 토지초과이득세 시행 당시 유휴토지에만 부과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는데 개발 지역 주변 일정 범위 안에선 토지 이용 여부를 가리지 말고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발 이익에 대해 공공성을 고려해 환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장 경제가 훼손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권 교수는 “개발 이익에 대해 일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공공성 취지에서 환수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정도가 문제”라며 “택지 소유자 관련 법률 등은 다소 과도한 규제라고 본다. 토지공개념 제도를 도입하려면 합리적 의견을 개진하고, 그게 국민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수익률을 6~10%로 제한하는 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차입 이자를 고려하면 개발을 하고 손실만 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헌법상 토지공개념이 사정에 따라 확대 해석하거나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단 지적도 있다. 두 위원은 “토지공개념은 우리 사회가 제한된 국토 자원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국민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율할 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그런데 토지공개념을 둘러싸고 각 진영 논리에 의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헌법의 본래 정신을 훼손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주택 공급에 있어 1980년대 후반과 지금 상황은 차이가 있단 분석이다. 두 위원은 “지금은 정부가 공급 부족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시장의 요구에 따른 공급이지만 그 공급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공공이 떠안고 있는데 LH 사태 등 공공의 도덕이나 능력 부분에 있어 국민에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정부의 공급정책에 있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했던 1기 신도시는 공공이 주도했던 지금과는 성격이 다소 달랐단 설명이다.
두 위원은 “공급에 역점을 두는 것은 좋지만 역할 자체를 공공이 주도하기보단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겨놓되 한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왜곡되거나 편중되는 부분은 공공이 보조하는 정도의 전체적 질서 형성이 부동산의 기본 안정으로 나가는 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