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금융권 최초 외국인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시행
외국인 특화점포 16개···국내 은행 중 ‘최다’ 일요영업점 운영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층 겨냥···외국환 은행으로서 이미지 제고”

하나은행 외국인 근로자 대상 특화 금융서비스 현황/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나은행 외국인 근로자 대상 특화 금융서비스 현황/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하나은행이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외국인 고객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의 금융거래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오는 2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그간 국내 금융권에서는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국민인 개인과 개인사업자, 법인에만 제공해 왔으나 하나은행은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외국인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는 하나은행의 다국어 지원 모바일 뱅킹 앱인 ‘하나 이지(Hana EZ)’ 앱을 통해 영어, 중국어, 태국어, 스리랑카어, 베트남어 등 16개 언어로 제공된다.

외국인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는 외국인등록증의 발급 정보를 확인하고 외국인등록증과 여권, 본인의 얼굴을 촬영해 비교하는 얼굴 인증을 기반으로 본인 확인 후 개설이 가능하다. 서비스 적용 대상은 국내에 거주하며 외국인등록증을 보유한 외국인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통해 원화 입출금 계좌 및 ‘이지원(easy-one) 해외송금 전용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하나은행 외환사업단 관계자는 “국내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 손님들이 영업점 방문의 어려움과 언어의 불편함 없이 외국환 전문 하나은행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 외에도 외국인 고객층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를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외국인 특화 점포다.

하나은행은 공장 등 회사 근무로 평일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서울 대림동, 구로동, 혜화동 및 경기 안산시 원곡동, 평택시, 용인시 등에서 국내은행 중 최다인 16개의 일요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호남 지역에는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광산지점에서 일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용 모바일 앱인 ‘하나 이지’ 앱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16개 국가 언어 서비스 외에도 실시간 해외송금 진행 단계를 조회할 수 있으며, 해외송금 사후관리 등 해외 제휴은행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금 업무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용 보험 운영 지원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삼성화재와 업무 협약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전용 보험 가입 및 보험료 납입을 위한 통장 개설과 외국인 근로자 전용 보험료의 공항 환전 지급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외국인 고객 특화 서비스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이들의 금융 수요가 은행권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3만6075명에 달한다.

아울러 지난 2015년 하나은행에 합병된 외국환 전문 은행인 외환은행의 강점을 살려 외국인 고객층에게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환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금융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외국환 은행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수익성을 쫓기보다는 외국인 고객들의 금융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외국환 전문은행으로서 하나은행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외국인 근로자가 고국에 돌아갔을 때도 하나은행의 해외점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고객층 대상 편의 서비스 제공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점포에 대한 평판이나 이미지 제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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