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과방위 민주당 의원·KT, 인터넷 먹통 사고 후속대책 논의
구현모 “다음주 신고센터 운영해 피해 접수받을 것”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은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협의해서 기준을 개정하겠다.”
28일 구현모 KT 대표는‘KT 혜화타워(혜화전화국)’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터넷 먹통 사고 후속대책 논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구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가량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2차관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부위원장, 이원욱 과방위원장, 조승래 의원, 이용빈 의원, 정필모 의원(이상 민주당) 등과 인터넷 먹통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KT의 유·무선 인터넷은 물론 기업망까지 이용할 수 없는 통신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신용카드 결제, 전화, 인터넷 검색, 병·의원 업무 등이 모두 먹통이 되며 불편이 이어졌다. 문제는 KT 부산지사에서 발생했다. 구 대표는 사고 발생 하루 뒤인 26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인터넷 먹통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조속한 보상방안을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논의 후 구 대표는 이번 인터넷 장애 사고는 ‘인재’란 점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단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는 “KT를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분들께 죄송하단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오늘 의원님들과 협조해 사고 원인 및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했다”며 “그동안 내부에서 엄격한 절차를 적용해 망 고도화 작업이나 라우팅 등을 해왔음에도 사고가 발생하게 됐다. 협력사가 작업했지만 기본적으로 관리 감독 책임은 KT에 있기 때문에 우리 책임이라고 인정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인 방지책으로는 테스트베드를 운영함으로써 가상으로 먼저 테스트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이날 현행 약관상 기준을 뛰어넘는 범위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단 입장도 분명히 했다.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IP)TV 등 서비스 가입 고객이 책임 없는 사유로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장애 사고 지속 시간이 85분 정도로 기준에 못 미치지만 이와 관계없이 약관 외 보상을 하겠단 것이다. 또 소비자에 불리한 현행 약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상은 약관이 있지만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약관 외 보상이기 때문에 내부 이사회 논의가 필요하다. 시점은 이사들과 조율 중이다”며 “구체적인 시점 및 내용 등은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정부에서 얘기했지만,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을 개정하겠단 입장을 전했다”며 “우리 역시 약관상 3시간이란 기준은 오래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개선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T는 다음주 보상을 위한 피해 신고센터도 마련한다. 구 대표는 “신고센터는 운영한 경험이 있어서 빨리 준비할 수 있어 다음주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며 “(센터를 통해) 신고를 받을 수도 있지만 콜센터에 들어온 내용을 역으로 추적해서 먼저 연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애 사고 원인에 대해 “기업망 고도화 작업으로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고 여기에 맞는 라우팅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사고는 부산에서 11시20분경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 대표 입장 발표에 앞서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KT 스스로가 이번 사고는 인재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사전에 테스트를 할 수 있었음에도 테스트 없이 라우팅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과 가장 트래픽이 심한 낮에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 등이 인재라고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형이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통신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나서서 면밀한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며 “KT는 약관을 떠나서 피해보상책을 마련하고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은 훨씬 더 강화시켜서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현행 약관은 음성 통화를 중심으로 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데이터 통신의 시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방통위가 개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오는 29일 오후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과방위는 필요시 상임위를 열어 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책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조승래 의원은 “우선 내일 과기정통부가 사고 원인을 발표한다. 현재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어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당 내용을 모두 포함해 업무보고를 받는 게 맞는 것 같다. 필요하다면 상임위에 담당자 소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KT는 장애 발생 초기 사고 원인에 대해 디도스 공격이라고 밝혔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라고 정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DNS 상 트래픽이 발생해서 KT가 우선은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의원들이 (KT가) 섣부르게 발표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점을 지적했고, KT도 이에 대해 인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구 대표가 약관과 관계없이 보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칫 경영진의 ‘배임’ 논란도 불거질 우려도 있다. 이번 사고 범위가 전국인 탓에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상할 경우 고객당 수천~1만원만 감면해도 1000억원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T의 무선 고객은 8월말 기준 1700만명, 초고속인터넷 940만명, 인터넷(IP)TV 90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 모두가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