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디지털 GA 설립 백지화···디지털 보험사 실적 부진
카카오뱅크, 금융 대장주 올라서···금융지주도 플랫폼 구축 속도
대출은 고객이 직접찾는 상품···보험은 설계사가 권유해야 가입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디지털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디지털 보험사 설립 열기도 식는 분위기다. 반면 은행권은 카카오뱅크의 성공으로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선 대출과 보험상품의 근본적인 특성 차이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대출은 당장 자금의 필요성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상품이다. 반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보험상품은 상대적으로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설계사가 직접 권유를 해야 가입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그간 검토해온 디지털 GA설립 계획을 보류했다.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이러한 결정으로 디지털 보험사·GA 설립 붐도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대형 보험사들이 야심차게 세운 디지털 보험사는 경영상황이 좋지 못하다.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결손금 규모가 1241억원에 달한다.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인 캐롯손보도 출범 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손보가 그간 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흑자 전환한 정도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의 급성장으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30·40세 고객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했다. 특히 수익성·건전성 모두를 챙기는데 성공한 결과 기업공개 후 금융 대장주에 올라섰다. 나머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도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등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은행을 자회사로 따로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지주들의 은행 계열사는 이미 금융거래 앱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더 쉽고 간편한 거래가 가능한 인터넷은행을 설립해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두 업권에서 디지털화 분위기가 갈리는 이유는 상품의 특성의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대출 상품은 금융 소비자가 알아서 찾는 상품에 속한다. 대출금만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영업점 직원이 직접 처리를 하든, 모바일 앱으로 처리가 되든 큰 상관이 없다. 디지털 채널로 대출이 더욱 쉽게 처리가 된다면 이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험 상품은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찾아서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설계사가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 보험상품 가입을 권유해야 가입이 성사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돈이 필요해 대출을 찾는 수준으로 종신보험 상품을 알아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라며 “사람들은 보통 죽음과 질병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상대적으로 덜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보험 상품의 이러한 특성은 디지털 보험사들의 수익구조에 그대로 반영됐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현재 주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정도다. 미니보험은 보장내용을 단순하고 보험기간이 짧아 디지털 채널로 쉽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진이 적어 보험사의 주력 상품이 되기 어렵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미니보험을 통해 확보한 고객을 장기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개인대출 영역 가운데 신용대출 부문에서 대출 자산을 크게 늘렸다. 카카오뱅크는 100%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형 시중은행과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을 예고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개인대출 부문에서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카카오뱅크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시중은행의 지위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대형은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100%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