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대비 3분기 증권업 실적 선방···순익 1조원 기록 기대감↑
유력 후보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꼽혀
4분기 업황 부진과 돌발 악재 있을 수 있어 뚜껑 까봐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시장 우려와 달리 올해 3분기 실적에 선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최초로 연간 순이익 ‘1조원 클럽’을 달성하는 증권사가 나올 지 주목된다. 순이익 1조원을 기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증권사로는 업계 최대 라이벌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꼽히고 있어 기록 달성을 두고 자존심 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은 증권사들이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호실적의 배경이었던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했지만 IB(투자은행)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실적 하락을 방어한 것이다. 실제 실적을 이미 발표한 KB증권은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늘었고 NH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3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첫 순이익 1조원 기록이 나올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초대형IB CEO(최고경영자)들이 영업이익 1조원을 우선적인 목표로 내세웠던 만큼 순이익 1조원 달성은 쉽지 않은 기록으로 평가됐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넘는 증권사가 없었던 데다 주요 증권사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수준으로 자본 대비 수익성이 낮았다.
그러나 올 들어선 높은 수익성을 보이면서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상태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급증했고 증시 호조에 운용 수익도 덩달아 늘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IB 부문도 기지개를 켜며 증권사들의 실적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게다가 하반기 증권업 피크아웃(업황 고점 통과 후 하락)이 우려 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순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해 상반기 65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 3분기 3468억원의 순이익만 기록하면 3분기 만에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분기에만 35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간 기준으로는 순이익 1조원 달성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986억원 수준이다. 브로커리지와 IB뿐만 아니라 해외법인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업계 선두 위치에 있다는 점이 피크아웃 상황에서도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1조원 클럽 가입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58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와 4분기 41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 1조원을 넘어선다. 3분기와 4분기 각각 21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면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순손실을 낸 이후 매 분기 2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IB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증권업 전반의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도 순이익 1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74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올해 하반기 기준 각각 5534억원, 487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의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9000억원 안팎에서 형성 돼 있다.
다만 4분기 업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데다 예기치 못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순이익 1조원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와는 증시 분위기가 사뭇 다른 데다 통상 4분기에는 보수적인 비용 반영으로 순이익이 낮게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일회성 비용을 높이는 돌발 악재가 나올 수도 있어 뚜껑을 까봐야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