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비밀번호 찾기 누르면 유료부가서비스 가입페이지 연동
배너·팝업광고로 가입자 확보···매월 요금 청구에도 별다른 고지 없어
이통3사, 같은 서비스 PASS에선 무료 제공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A씨는 최근 통신요금 명세서를 확인하다 ‘휴대폰 번호보호 서비스’라는 부가서비스로 지난 2016년부터 매달 1000원(부가세포함 1100원)의 요금이 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통신사와 서비스 운영 업체 고객센터에 확인해 보니, 휴대폰 본인인증을 시도했을 때 인증 시도 사실을 문자로 통보해주는 서비스였다. 예스24 사이트에서 광고 배너를 클릭 후 가입했단 답변도 받았다. 그러나 5년간 이용한 서비스임에도 명세서를 자세히 확인하기 전까지 A씨는 서비스 가입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통신사에서 매월 요금만 청구할 뿐 가입 사실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3사가 휴대폰 본인인증 발생 시 인증 시도 사실을 가입자에게 알려주는 ’휴대폰번호보호서비스‘를 통해 최근 5년간 1100여억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배너 및 팝업광고를 통해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고 매월 요금을 청구하면서도, 자동 가입 연장 안내를 하지 않는 탓에 가입 여부도 모르는 가입자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는 ‘패스(PASS)’ 앱을 통해 무료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자를 모았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7년~2021년 9월) 이통3사 번호보호서비스와 현황’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유료부가서비스인 ‘휴대폰번호보호서비스’로 모두 929만5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번호보호서비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휴대폰 본인인증을 시도했을 때, 인증 시도 사실을 3분 후 문자로 통보해주는 서비스다. 이통3사는 인증서비스 기업인 부가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고 월 1100원(부가세 포함)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통사별로 보면 이 기간 SK텔레콤 465만3000명, KT 291만7000명, LG유플러스 172만5000명의 가입자를 각각 확보했다. 해당 수치가 지난달까지의 합산 가입자 수란 점을 고려하면 올해 가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이통사는 휴대폰번호보호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매출 정보는 제출이 불가함을 통신3사에게 전달받았다”고 답변했지만 이통3사가 해당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 한 명당 월 11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이통3사가 거둔 관련 수익은 1175억7570만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이 587억2350만원으로 가장 많고, KT 369억6330만원, LG유플러스 218억8890만원 등이다. 월정액 서비스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 자동 가입 연장에 대한 명확한 고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가입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로그인을 하려다가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서 아이디 찾기를 눌렀는데, 팝업창이 떠서 휴대폰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했더니 서비스에 가입됐다”며 “연동된 페이지로 생각해 별다른 의심 없이 입력했는데 바로 유료서비스에 가입된 것이다. 통신사에 속은 느낌을 받아 불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입자는 “오랜만에 유료서비스 가입 내역을 확인했는데, 두 달 전부터 휴대폰보호서비스로 요금이 청구되고 있는 걸 확인했다”며 “어떤 경로로 가입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통3사는 PASS 앱에서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동일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부가서비스업체 A사 관계자는 “PASS 앱으로도 번호보호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인증 내역 사실 확인이 가능하다”며 “서비스 가입 후 매월 요금은 청구하더라도 관련 문자는 따로 보내지 않는다. 다만 가입 1년이 되는 날 이용내역 통지 안내 문자를 1회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광고창이 많은데 그중 하나를 클릭하면 가입 페이지로 연동된다. 해당 페이지에서 휴대폰 번호를 입력 후 가입에 동의하면 인증번호가 발송되는데 그 번호를 입력하면 가입이 된다”며 “인터파크, 예스24 등 사이트에도 배너광고가 있고, 그 외 다른 사이트에도 랜덤 노출된다. 예컨대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광고창이 노출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