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11조8053억원, 영업이익 4조1718억원
평균거래가격 상승·원가경쟁력 개선으로 수익성 확보
인텔 낸드 인수에는 "연내 중국 승인 기대"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SK하이닉스가 3분기 D램 10나노급 3세대 제품 비중 증가와 낸드플래시 출하량 급증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4분기는 시장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D램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공격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출하량 확대 전략을 지속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메모리 업황 우려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1조8053억원, 영업이익 4조1718억원을 올렸다고 26일 밝혔다. 전년 동기 매출(8조1288억원)보다 45%, 영업이익(1조3019억원)은 210% 각각 상승했다. 매출은 분기 단위 역대 최대치고,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8년 4분기 이후 두 번째로 4조원을 돌파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실적에 대해 “다소 변동성이 있기는 하지만, 메모리 역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매출 규모를 뛰어넘은 건 메모리 제품의 수요와 가치가 성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낸드·MCP, 사상 최대 실적···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감소
SK하이닉스는 3분기 호실적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부 제품은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감소했지만, 평균거래가격(ASP)은 모두 상승했다.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단 4D 낸드 등 주력 제품의 수율 안정으로 원가경쟁력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낸드와 멀티칩패키지(MCP)가 3분기에 강세를 보였다. 낸드 출하량은 서버와 모바일 신제품 수요 강세로 기존 전망치인 10% 후반대를 뛰어넘은 20% 초반대로 증가했다. ASP도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의 상승률을 기록, 낸드 분기 매출은 사상 최초로 3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128단 제품은 수율 개선을 통한 양산 확대로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적자를 기록한 낸드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MCP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MCP는 중화권 고객의 고사양화가 이어지면서 D램 8GB(기가바이트), 낸드 256GB 이상의 고용량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효과까지 더해지며 높은 수준의 매출로 연결됐다.
D램 3분기 출하량은 기존 전망보다 하회해 퍼센테이지가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초반 감소했다. 전반적인 수요는 견조했지만, PC 판매량이 감소하고 일부 고객사가 재고를 우선 소진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ASP는 전 분기 대비 10%가량 상승했고 10나노급 3세대 제품 수율이 개선되며 비중도 확대됐다.
응용처별로 살펴보면 PC 시장의 경우 3분기에는 일부 부품 공급난으로 수요가 다소 둔화했으나 올해 전체적으로는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예상했다. 또 모바일 시장은 3분기 주요 고객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견조한 수요 환경을 유지했고, 4분기 성수기에 진입하며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버 시장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재고 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D램·낸드, 달리 대응···장기 계약 물량 실행에 큰 변수 없어”
SK하이닉스는 4분기 D램 출하량은 3분기 기저효과로 한자릿수 중후반 정도의 퍼센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D램 출하량은 시장 수요 성장률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수요 변화가 발생할 경우 유연한 대응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낸드 출하량은 60%에 가까운 성장률을 계획했다. 이는 시장 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또 원가 절감으로 연간으로도 흑자 전환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과 낸드를 조금 달리 보고 대응하려고 한다”며 “D램은 3분기에 이어 4분기, 내년 상반기까지 보수적인 상태로 사업을 전망한다. 반면 낸드는 자사 76단과 128단 제품 경쟁력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낸드 원가경쟁력을 활용해 수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생각한다. 이런 기조하에 설비 투자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연내에 매듭지겠다는 계획이다. 노 부사장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이제 중국 당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며 “통합 후 당사의 낸드 사업은 양사의 상호보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와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점과 관련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연내 승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8개국 중에 중국을 제외한 7개국이 어떠한 조건도 없는 무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에서 보다시피 이 합병이 낸드 경쟁구도를 제한하는 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중국 전력난 등으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제기되는 이슈는 이연 수요로 작용해 오히려 내년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들과 4분기와 내년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반영이 된 듯하다”며 “장기 계약 물량을 실행하는 데 큰 변수는 없는 걸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D램 시황에 대해서는 서버 시장 수요가 견고하다고 보고 있다. 2017년에 증설된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장비가 내년쯤 본격적인 교체 시기를 맞이하면서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앙처리장치(CPU) 업체들이 신규 CPU를 출시하고, 메모리 쪽에서는 DDR5가 채용되는 등 고사양화가 이뤄지고 있어 전 부문에서 견조한 수요를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