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내달 미국 출장···20조원 투자 관심
이건희 회장 1주기, 수원 선영서 추모식 개최 예정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 직후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그간 공식 일정을 자제해온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 출장을 계기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는 등 뉴삼성 비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1주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회장의 1주기 추모 행사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가석방 반대 여론과 취업 제한 논란 등을 의식한 듯 지난 8월 광복절 가석방 이후 공식적인 행보를 자제해왔다. 지난 추석연휴(19~22일) 추진했던 미국 출장도 무산됐다. 이 부회장의 공식 일정은 지난달 14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대규모 청년 고용 협약 체결뿐이었다.
우선 이 부회장은 다음달 미국 출장을 통해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금액은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다. 공장 설립 장소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다. 테일러시 의회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세제 혜택과 용수 지원 등을 포함한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한 바 있다.
파운드리 용지 선정 외에도 삼성전자는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파운드리 시장 경쟁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한다. 삼성전자는 D랩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에 달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메모리 분야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선두 업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 매출은 전체의 7% 수준이다.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도 과제로 남겨졌다. 삼성에서는 지난해 이 부회장의 ‘4세 경영 승계 포기’ 선언 이후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현재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 보고서를 참고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연말 발표될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는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삼성 회장 직급은 1년째 공석 상태로 남아있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회장 직급은 총수인 이 부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 등이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