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 콘퍼런스서 “인플레 장기화 시 물가안정 수단 활용” 밝혀
“테이퍼링 할 때 됐지만 금리 올릴 때는 아니다" 주장도
다우 사상 최고치 마감···S&P500과 나스닥은 하락 마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증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대두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에 시선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안정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됐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기술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겹치면서 미국 뉴욕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최고치로 마감했지만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하락 마감했다. 

◇ 파월 “인플레이션 내년까지 지속···장기화 시 수단 동원”

22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전체적인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며 “공급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갈 것 같다.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사진=연합뉴스.

리오프닝(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경제 활동이 과거처럼 재개되는 것) 과정에서 발생한 공급망 병목과 노동력 부족에 따른 물가 상승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연준의 기존 전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식료품, 휘발유와 같은 것들의 물가상승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틀림없이 물가 안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시장을 안심시키는 발언도 함께 내놨다. 그는 “결국은 일자리 성장에 다시 속도가 붙고 공급망 문제가 해결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확률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테이퍼링을 할 때는 됐지만 금리를 올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 뉴욕 증시 혼조···다우 오르고 S&P500·나스닥 내리고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과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 시즌이 겹치면서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3.94포인트(0.21%) 오른 35677.02로 장을 마쳤다. 이는 다우존스 지수의 최고치 기록이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88포인트(0.11%) 하락한 4544.90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5.50포인트(0.82%) 하락한 15090.2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파월 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 관련 발언과 함께 기업들의 실적 등에 영향을 받았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소셜미디어 스냅은 애플의 사생활 보호 규정의 변화로 회사의 광고 수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26% 이상 주가가 폭락했다. 이에 따라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알파벳 등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인텔의 주가도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인텔은 매출이 부진한 것은 공급망 차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주가는 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5% 이상 상승했다.

테슬라는 장중 910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중 시가총액도 8800만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날 주가는 1.7% 상승세로 마감했다.

업종별로 금융, 에너지, 필수 소비재 관련주가 오르고, 통신과 기술, 임의소비재 관련주는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의 부담이나 경기 주기의 전환, 연준의 긴축 등 우려 요인이 남아있다면서도 기업이 좋은 실적이 내고 있다는 점이 증시의 반등을 이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적이 둔화하고, 이익 마진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분기에 기업들이 여전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83.2%로 반영했다. 해당 기간까지 1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36.8%,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31.0%, 3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12.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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