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한 논의 더 활발해질듯
금융당국도 전향적 태도···정치권 "연내 제정"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지난 한 주(18~22일)간 가상화폐 이슈 중 핵심은 단연 비트코인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일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 자본시장에서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서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업권법 제정에 가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ETF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즈가 출시한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는 지난 19일(현지시간) 4.85% 오른 41.94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이날 프로셰어즈 거래량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ETF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카본펀드'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ETF는 이미 독일, 캐나다 등에서 상장된 바 있다. 두 국가에 이어 세계최대 규모인 미국 자본시장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가상화폐의 위상도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프로셰어즈와 비슷한 구조로 이뤄진 또 하나의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반에크(VanEck)가 신청한 이 ETF는 이달 23일 이후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될 예정이다. 두 ETF 모두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발키리, 인베스코 등 7개 운용사가 신청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연이어 승인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SEC는 그간 시세 조작 가능성, 투자자 손실 위험 등의 이유로 비트코인 ETF 승인을 거절해왔다. SEC가 태도를 바꾸면서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졌다.
ETF 상장에 따라 비트코인 시세는 급등했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프로셰어즈 ETF가 상장된 직후인 20일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6만4000달러대에 올랐다. 지난 4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6만4900달러)와의 차이가 1000달러 내외로 좁혀졌다. 국내 시세도 같은 날 장중 7900만원(업비트 기준)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 확률이 더 높아지자 국내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ETF 상장을 계기로 미국에서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면 국내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업권법 제정에 있어 긍정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금융당국도 가상화폐 업권법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그간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의 가상자산업권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내 업권법 제정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 안에 법 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 규모는 코스피 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에 대응할 규제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가상업을 정의하는 법안 조차 없다보니 투자자 보호 등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도 부재하다. 최근 특정금융거래법이 개정됐지만 이는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법률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업권법 제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관련 문제가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법 제정에 대한 논의와 조정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가상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가상화폐 기반 ETF가 상장에 성공한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만한 일이다”라며 “하지만 국내 업권법 제정은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