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1일 구속기소하며 뇌물죄만 적용···영장청구 당시에는 배임도 적용
여 “무리한 배임 수사 중단하라”···야 “이례적인 일, 수사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장동 의혹 사건 관련자 중 첫 번째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관심을 모았던 배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치적·사법적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의 기획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사업편의 제공 등 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4~2015년 대장동 개발업체 선정,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배임 혐의, 즉 민간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개발 이익을 몰아주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약 1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는 적용받지 않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의도적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치려 한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구체적인 액수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대장동 의혹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연결고리가 배임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사가 정치적·사법적 부담을 던 셈이다.
다만 검찰은 수사의 큰 줄기 중 하나인 배임 관련 수사를 계속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경우,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날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성남지사였던 이 지사와 측근들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이 8년전 추진된 데다 2018년 은수미 성남시장이 당선된 후 시장실과 부속실 인력이 교체돼 맹탕 압수수색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수사착수 23일 만에 시장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뒷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야의 해석도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배임 혐의가 빠진 것과 관련해 “무리한 배임 끼워 넣기를 계속하지 마라”고 했다.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TF 입장문에서 “처음 유동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포함된 배임 혐의가 이번 공소장에는 빠지게 됐다”며 “검찰이 처음부터 특정인을 엮어 넣기 위해 무리하게 배임 혐의를 끼워 넣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이 이재명 구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검찰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날치기 공작기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이날 검찰을 항의 방문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빠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며 “이재명 후보의 범죄를 숨기고 수사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