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후순위채 1.2조원 규모 발행 검토···IFRS17 대비 목적
신종자본증권으로 매년 1000억 가량 이자비용 발생
한화생명 "조달된 자금 투자해 이자액 상당부분을 확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화생명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자본확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자비용 부담 증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화생명은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탓에 매년 1000억원 가량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외화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에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가량을 조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화생명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이번이 최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확충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중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후순위채는 회계 장부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를 측정하는 기준 아래선 자본(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잇달아 발행했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채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불러온다.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자본을 늘려야 한다.
한화생명은 자본건전성 지표가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지금여력비율(RBC)는 202.0%로 지난해 말(238.3%)과 비교해 36.3%포인트 급락했다. 지난 2018년 3월 201.94%을 기록한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화생명은 생보사 빅3(삼성·한화·교보생명) 중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점은 더 큰 부담이다.
한화생명이 내년에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RBC 상승과 함께 IFRS17에 맞춘 새로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제도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급여력비율 측정할 때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킥스가 적용되면 보완자본은 지급여력기준금액의 50%까지 허용된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기준금액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고려하면 후순위채로 자본을 늘릴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자본확충으로 인해 이자비용 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수단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만기가 없거나 길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 대비 금리가 높다. 자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발행한 후순위채의 금리도 4.5%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이 발행한 탓에 이자부담이 큰 상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2조563억원으로 생보사 중 두 번째로 많이 발행한 흥국생명(5866억원)보다 세 배 이상 크다.
이에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부터 매해 1000억원 가까운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2018년에는 597억원이었던 이자비용(연결·지배지분 기준)은 2019년 866억원, 지난해는 965억원으로 계속 불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470억원을 기록했다. 3년 반 동안 약 300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부담했다. 한화생명의 작년 당기순익(2427억원)보다 큰 금액이 이자로 빠져나간 셈이다.
더구나 후순위채의 이자비용은 당기순익에 반영되는 점도 고민거리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 장부상 자본이기에 이자비용은 자본을 감소시키지만 당기순익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부채인 후순위채의 이자비용은 고스란히 한 해 영업성적에 반영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본확충에 따른 이자비용이 발생하지만 조달된 자금을 투자해 이자액의 상당부분을 확보하고 있어 매년 실질부담금액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