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황 우려에도 이달 들어 최대 50% 넘게 상승
두나무·토스뱅크 지분 보유로 암호화폐·인터텟은행 테마로 분류
지분 가치만 시총에 육박 평가 나와···지나친 낙관 유의해야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증권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소 식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은 가파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본업인 증권업에서의 성과 보다는 그동안 투자해온 기업들의 가치 증대 기대감에 따른 영향으로, 기존에 투자했던 두나무와 토스뱅크 등 지분 가치만 한화투자증권의 시가총액에 맞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국내 증시에서 한화투자증권은 장중 7.6% 오른 6230원까지 치솟았다. 차익 실현 매물에 상승분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전날 15.34% 상승한데 이어 가파른 매수세가 나온 것이다. 이날 보인 장중 최고가는 이달 6일 저점인 4105원 대비 50% 넘게 상승한 것으로 증권주 중에서는 가장 큰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내 증시가 주춤한 데다 거래대금도 지난해 대비 줄어든 까닭이다.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으로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한화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냈던 지난 2분기에 이미 부진한 성과를 낸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2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310억원) 대비 12.48% 줄어든 수치였다. 영업수익(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3224억원, 38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지난해 대비 각각 7.38%, 8.83%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이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증권업을 통한 실적 기대보다는 각종 테마에 얽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한화투자증권은 암호화폐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주식 6.15%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비트코인이 상승 흐름을 보인 데다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미국 첫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됐다는 호재가 발생하면서 관련주에 투심이 몰렸다.

한화투자증권은 인터넷은행 관련주로도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토스뱅크주식회사 지분을 7.5%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자(관계법인)로도 이어져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6월 본인가를 받고 이달 5일 정식 출범했다. 신규 고객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대출 한도를 소진하는 등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단순하게 테마로 엮이는 것뿐만 아니라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해당 기업의 지분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목했다. 증시 상장이 점쳐지고 있는 두나무의 경우 장외 시장에서 14조원대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 한화투자증권의 단순 지분 가치는 8600억원이다. 이는 한화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인 1조2300억원의 70% 수준이다.

여기에 토스뱅크의 지분 가치도 주목된다.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세 번째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이들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성장성에 힘입어 시가총액만 28조원에 이른다. 케이뱅크는 장외 시장에서 6조원대로 거래되고 있는데 한 때 13조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만일 토스뱅크가 향후 6조원이나 10조원으로 평가될 경우 한화투자증권의 지분 가치는 각각 4500억원, 7500억원이 된다.

다만 이는 긍정적인 상황만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대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나 인터넷은행 업황이 좋지 못할 경우 해당 기업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또 IPO(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 나올 때 장외시장에서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는 곧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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